전승절 참석, 종전 등 논의할 듯
美 겨냥 中·러 밀착 과시 의도도
북·중·러 정상 만남 가능성은 희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난다. 양국 정상이 ‘반(反)미 연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국제 전략을 조율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7∼10일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9일 열리는 러시아의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시 주석은 2013년 3월 중국 국가주석 자격의 첫 해외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뒤 지난해 10월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까지 10차례 러시아를 방문하며 단일 국가로는 러시아를 가장 많이 찾았다.

그간 총 40여 차례 만난 양국 정상은 지난해 한 해 동안만 세 차례 회동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이번에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비롯해 미국발 관세·무역 압박 대응 등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새로운 형세 아래의 중·러 관계 발전 및 일련의 국제·지역 중대 문제에 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명한 기치로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동에 반대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손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현재 중국의 최대 현안인 관세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중국 편을 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유엔 안보리 비공식 회의를 주최하고 미국이 일방적인 고율관세정책 등을 통해 국제법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러시아 대표는 서방국의 제재와 보호무역주의 증가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의 러시아 열병식 참석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러시아 관계 개선 시도에 맞서 여전한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승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중·러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