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5000대 1 지도 이전 세 번째 요구
정부 2007년·2016년엔 안보 이유 거부
이번엔 美 관세 압박에 허용 가능성 커
“자율주행 등 타산업 이용하려는 속셈”
시민단체·소상공인연합 일제히 반대
정부 “아직 결정 안 해”… 리더십 공백 변수
구글이 요구해온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요구가 이달 판가름날 전망이다.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은 15일 관련 회의를 열고 1차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한국 정부가 전향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산업계와 시민단체는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5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5일 박상우 장관 주재로 관련 회의를 열고 5000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1차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구글은 앞서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 정부에서는 두 차례 모두 안보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정부는 2016년 국내에 서버를 두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제시했지만,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은 현재 2만5000대 1 축적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사진, 위성사진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 원하는 고정밀 지도는 센티미터 단위까지 국내 주요 시설을 들여다볼 수 있어 안보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ICT 업계에서는 구글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을 노리려는 속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조원의 세금을 들여 만든 고정밀 지도를 구글에 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그간 국내에 수백∼수천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온 데다 매출 축소와 법인세 회피 의혹으로 비판 받아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의 카드로 쓰기 위해 이번에 구글의 요청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 미국 ICT 기업단체는 한국의 고정밀 지도 문제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적해왔다.
정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입장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안보가 취약한 나라 케이스가 다양해서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같은 회의에서 “안보 우려를 다룰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를 풀고 그 다음 전 세계 80개국 언어로 제공되고 있는 구글 맵에 우리나라도 서비스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 제도·정책적 보완책이 없는 국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달 30일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는 단순히 구글 맵만이 아닌 자율주행 등 다른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구글이) 미래 먹거리 산업인 공간정보 산업까지 장악한다면 대한민국은 구글 식민지나 다름없이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국내 관련 업계 일자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중앙부처에 밝혔다
변수는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동시 사퇴로 인한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이다. 현행법상 국지원은 결정 기한을 1회(영업일 기준 60일)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이 7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는 ‘줄라이 패키지’를 원하는 상황에서, 지도 반출을 협상 지렛대로 쓰려면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부처 수장이 공석인 데다 사안의 무게감이 큰 만큼 차기 정부로 공을 떠넘길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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