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바꾼 고객 100만명
하루 최대 25만개 교체 가능해
예약신청 770만명 처리 ‘하세월’
4월 타 통신사 이동 고객 87%↑
위약금 면제 여부 ‘촉매제’될 듯
해킹 인한 금전 피해 아직 없어
SK텔레콤에서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후 5일까지 유심칩을 교체한 고객이 누적 100만명으로 집계됐다. 그간 SKT의 해킹 대처에 실망한 가입자들의 이탈이 계속되는 데다 이날부터 신규 모집도 중단되면서 ‘1강 2중’ 구도였던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김희섭 SKT PR 센터장은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유심 교체는 100만명 정도이고, 교체 예약 신청자는 770만명”이라며 “유심 물량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신속한 교체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2218만명으로 집계됐다. SKT와 SKT 계열 알뜰폰 가입자는 총 2500만명가량이다.
앞서 SKT 유영상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유심 교체에 전산 처리가 필수라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유심 교체 수량이 20만∼25만개라고 밝힌 바 있다. 유 대표는 이달 중 500만개, 6월 중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현재 유심은 탈레스라는 해외 업체에서 가장 많이 공급받고 있고, 대량으로 주문을 넣어놓은 상황”이라며 “전국 2600개 매장에서 하루에 교체할 수 있는 물량은 15만∼20만개이고 영업시간을 연장해도 22만∼25만개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들의 고생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온라인 공간에는 유심 교체가 느리다는 불만 섞인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유심 교체 예약 사이트가 오픈하자마자 한 시간도 안 돼 바로 예약했는데 아직도 교체하러 오라는 연락을 못 받았다”고 답답해했다.
SKT는 이날부터 T월드 대리점 및 온라인 채널에서 신규 가입자 모집 활동을 중단했다. 임봉호 SKT MNO(이동통신) 사업부장은 “신규가입의 경우 전산 자체를 막은 상황”이라며 “일부 판매점이 기존에 갖고 있던 유심을 가입자 유치에 활용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신규영업 중지 기간 들어오는 유심은 T월드 매장에 우선 공급하겠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국에서 ‘유심 대란’이 발생한 와중에 일부 판매점이 SKT 신규 고객에 유심을 배정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규 가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행정지도했다.

보안 위험을 우려하거나 SKT의 대처에 실망한 가입자들이 하루 수만명씩 다른 통신사로 옮기며 SKT가 5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통신 시장에도 변동이 일 전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7000여명으로 전월보다 약 87% 증가했다. SKT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각각 9만5953명, 8만6005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는 가입자 이탈 흐름을 가속할 촉매가 될 전망이다. 앞서 과기부는 SKT에 위약금 면제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SKT의 귀책 사유로 해킹이 발생해 고객이 해지를 요구할 경우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김 센터장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론이 나면 저희가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SKT는 현재까지 해킹으로 인한 실제 금전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나 수사기관 쪽에서 접수된 바로는 해킹 이후 지난 2주간 불법적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라든가 고객 계좌 정보가 털려서 금액이 나갔다든가 하는 부분은 아직 파악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T는 이달 14일까지 해외 로밍 이용자들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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