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6건… 전월보다 9배나 급증
하루에 20% 넘게 급등락 반복 예사
일부 종목 빚투까지… 신용잔고 3배↑
당국, 특별단속반 확대 비상 체제로
1분기 상장사 34곳 ‘어닝 서프라이즈’
6월3일 조기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투자경고종목 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등 정국을 뒤흔드는 사법 판단이 잇따르면서 정치 테마주의 주가 변동성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이 틈을 타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금융당국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려워 이 같은 과열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와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제도상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총 56건으로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경보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로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로 구분된다. 투자경고 종목은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며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1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지난 1월 20건이던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2월 16건, 3월 6건으로 줄었으나 4월 들어 56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투자경고 종목이 급증한 것은 지난 4일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조기 대선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주요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다 불출마 선언과 경선 탈락에 급락하면서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정된 투자경고 종목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인 형지글로벌, 형지엘리트, 상지건설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테마주인 평화홀딩스가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 한동훈 전 국민의힘 경선 후보 테마주인 태양금속 등도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후보 테마주인 형지엘리트는 지난달 15일 14% 올랐던 주가가 하루 만에 12% 급락했으며, 지난달 30일엔 27% 급등했으나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지난 2일 9% 넘게 떨어지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특히 정치 테마주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까지 급증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형지엘리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일 11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말(4억1000만원)의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힘 경선 후보 테마주인 써니전자 신용잔고도 지난 2일 44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말(22억7000만원)의 2배로 불어났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변동성에 금융당국도 정치테마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정치테마주 관련 불공정거래를 조기에 포착, 조사하기 위해 특별단속반을 확대 운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보다는 검증된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96곳 가운데 절반을 넘는 58곳(58.3%)이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는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기업도 35.4%인 34곳이었다. 다만 1분기 실적은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연간 실적은 하향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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