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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자교도소, 정원 6명 방에 11명 수용… 강력·마약범 분리도 엄두 못내 [심층기획-위험수위 넘은 女재소자 초과밀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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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6 06:00:00 수정 : 2025-05-05 23: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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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기관 직접 가보니

전국 여성 수용률 142%… 상황 심각
재범 방지 등 목적 분리 수용 불가능
부산구치소·전주교도소 각 279·223%
교도관들 수용자 관리 어려움도 가중

일부 시설은 男 수용동 개조 궁여지책
신설 혹은 증·개축 없인 과밀 해소 요원
법무부 “2028년까지 정원 9000명 확대”
인근 주민 반대·예산 부족 등도 걸림돌

“함께 방을 쓴 마약사범들이 하루 종일 마약 이야기만 했어요. 마약사범들과 같은 방에서 계속 어울리다 보면 결국 저까지 마약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달 23일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3교도소 여성 수용동에서 만난 수용자 A씨는 형 확정 전 머물렀던 대구구치소에서 마약사범 2명과 혼거실을 썼던 경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 국적인 A씨는 사기죄로 기소됐지만 구치소에서 마약사범과 같은 거실을 썼다. 형 확정 후 옮긴 경북북부3교도소에선 국적과 죄명이 같은 사기범들과 한방을 쓰고 있다. A씨는 “대구구치소에 있을 때는 재소자들끼리 언어나 말투가 다 다르니까 서로 간 오해로 인해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젠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취재진은 올해 여성 수용자를 새로 받기 시작한 경북북부3교도소를 찾아 수용자가 생활하게 될 시설을 살펴보고 수용자와 교도관으로부터 과밀 수용 실태를 직접 들어봤다. 경북북부3교도소는 다른 교도소의 여성 수용자 과밀 수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남성 수용동을 개조해 정원 300여명 규모 여성 수용동을 새로 만들었다. 여긴 아직 여유가 있어 분리수용 원칙이 지켜지는 등 수용자 관리가 원활한 편이지만 얼마 안가 정원을 초과한 여성 수용자가 들이닥칠 거란 게 교도소 측 전망이다.

 

◆‘과밀화’ 없어야 재소자 관리 수월

 

이날 경북북부3교도소의 여성 수용동 3개 중 1개 수용동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아직 정원의 절반인 150여명의 수용자만 입소한 상태다. 이때까지 입소한 마약사범은 1명, 외국인사범은 4명뿐이라 수용자 간 분리수용도 원칙대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진은 정원이 4명인 약 3평(10.08㎡) 규모 거실에서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간을 보냈다. 일반적인 원룸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옷가지나 생활용품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 공간이 넉넉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4명이 사용하는 상을 펴도 누울 공간이 있었고 돌아다닐 때 동선이 겹치지 않아 서로 충돌할 일이 없었다.

 

교도관들은 하루에도 여러 명 들이닥치는 수용자들의 입소 절차를 밟느라 분주하지만,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한 다른 교정시설에 비해 수용자를 관리하기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경북북부3교도소가 과밀 수용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한시적일 뿐이다. 전국적으로 과밀 수용이 심각한 상황이라 경북북부3교도소 역시 머지않아 정원 이상 여성 수용자를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은 “정원은 300명이지만 앞으로 400명까지는 수용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일부 교도소 여성 수용률 200∼300%

 

실제 다른 교정기관의 여성 수용자 과밀 수용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A씨가 지낸 대구구치소만 하더라도 여성 수용률이 약 175%(5월2일 기준)로 정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 수감돼 있다. 이보다 과밀 수용이 더욱 심각한 부산구치소와 전주교도소 여성 수용률은 각각 279%, 223%로 2배를 훌쩍 넘긴다. 국내 유일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의 수용률은 139%로, 정원이 6명인 20.72㎡(약 6평)에 11명이 수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국 교도소 여성 수용률은 142%로, 전체 교정기관의 수용률(124%)보다 약 18%포인트 더 높다.

 

6명이서 쓰기에도 비좁은 6평의 공간에 11명이 수용되면 수용자들 간 갈등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경북북부3교도소로 발령받은 교도관은 “한 혼거실에 11명이 있으면 10명이 1명을 폭행하고 괴롭혀도 티가 나지 않는다”면서 “이불을 덮어 놓고 폭행하는 등 악랄하게 한 사람을 괴롭히면 교도관들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교정기관은 특정 재소자만 화장실 문 앞과 같은 불편한 위치에서 잠을 자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매주 자리를 바꿔 자도록 하고 한 주의 당번이 설거지 등을 도맡아 하도록 하는데, 여러 명이서 한 명에게만 불편한 자리나 당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로 죄명·국적·연령대가 다른 수용자들이 뒤엉켜 한방을 쓸 경우, 갈등이 생길 여지가 커질뿐더러 마약사범이나 강력사범, 여러 번 범죄를 저지른 사범 등이 다른 수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법무부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죄명별로 공안사범, 공안관련사범, 강력범, 마약류사범, 기타사범은 서로 분리해 수용하는 게 원칙이다. 이 지침은 죄명 외에도 순수초범과 누범, 재산범과 과실범, 강력범 중 특정강력범과 폭력범, 피의자와 피고인, 외국인 중 동양계와 서양계 등을 구분해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 교도소가 정원 대비 수용자가 많은 탓에 분리수용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 게 현실이다. 지침에 수용 과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거실 분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이 있긴 하지만 무작정 방치할 일은 아닌 것이다.

 

결국 교정시설을 새로 짓거나 증·개축하지 않으면 과밀 수용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태백?남원 교도소 등 교도소 6곳을 새로 짓고 순천, 제주, 진주 등 9곳의 교정시설을 증·개축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수용 정원이 지난해 기준 5만여 명에서 2028년 5만9000명으로 확대된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여전히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예산 부족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청송=유경민·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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