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사회에서 아동의 행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최근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유아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내 자식만 뒤처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기 경쟁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 양육환경의 민낯을 보여준다.
2023년 아동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의 평일 사교육 시간은 6시간을 초과하는데, 지나친 사교육으로 부모는 힘들고 아이들은 불행하다. 방과 후에도 이어지는 과도한 학업으로 아동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친구와 놀기를 희망하는 아동은 42.9%이나 실제로 친구와 노는 아동은 18.6%에 불과하다는 결과는 아동이 아이답게 놀 기회가 상실된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동이 온전하게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의 제약도 문제다. 전국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8만여 개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공동주택 내에 위치하거나 유료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심지 놀이터는 공간이 협소하고, 놀이 기구 구성도 단조로워 아동 발달을 충족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대도시나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등의 특성에 따른 지역 격차도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라고 권고했지만, WHO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94.2%는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해 전 세계에서 권고를 못 지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동기는 자유로운 놀이와 신체활동,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으로 자아와 사회성을 키우는 시기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동은 조기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작은 수험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아동을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며, 권리의 주체로 여기기보다는 단지 ‘교육과 육성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이 현재를 누리고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놀이권 보장, 정책 참여 기회 확대, 아동정책 수립·시행 지원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마다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우리 사회에서는 갑작스레 아이들의 삶이 행복한지 되짚어보며 반성의 목소리를 반복하곤 한다. 더 이상 아동의 행복이 어린이날 하루의 일회적 행사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동에게 온전한 아동기를 돌려주도록, 1년 365일이 행복한 어린이날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무모한 경쟁을 내려놓고 아동을 권리를 가진, 고유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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