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3일 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탄핸 선고까지 38일이 걸린 배경을 밝혔다.
4일 MBC경남 유튜브채널 엠키타카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문 전 권한대행은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이 탄핵선고에 대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권한대행은 “만약 몇 대 몇으로 나가면 어떻게 공격하냐면, 그 소수 의견을 가지고 다수 의견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소수 의견조차도 한번 담아내 보자. 다수 의견으로”라며 “판결문 보면 넓은 길을 가는 게 아니고 좁은 길을 간 부분 있다. 그런 의견 조율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 그냥 모든 관점에, 인용도 여러 가지, 기각도 여러 가지 다 한번 검토해 보자 했다”며 “8대 0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8대 0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탄핵 결정은 비교적 후유증이 좀 적었다”며 “헌재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않았나”고 평가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며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빠른 사람, 급한 사람들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런 게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평의가 길어 고칠 시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주심이 고치고 나머지는 의견을 내는데 이번에는 8명이 다 고쳤다”며 “그래서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며 “피청구인이 취임한 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에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김장하 장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5년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았다.
문 권한대행은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무사히 학업을 마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신 말씀을 잊은 적 없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청문회 당시 재산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통계를 봤는데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원 남짓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제 재산은 한 4억 조금 못 된다.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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