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뽑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출마를 위해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 추진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후보 확정 하루 만인 4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안에 김, 한 후보의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6·3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는 이재명 후보에 맞서기 위한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출범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에 108석을 지닌 원내 2당이자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자당 후보를 선출하자마자 외부 인사와의 단일화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30일도 채 안 남은 대선을 앞두고 보수 정당은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 아닌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는 단일화를 이뤄야 ‘기호 1번’ 이 후보 다음으로 ‘기호 2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 과정이 과연 순탄할 것인지 의문이다. 후보 단일화가 시급하다고 해서 민주주의 원칙을 내던지거나 보수 정당 지지자들의 민심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이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한참 뒤지는 여타 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 입장에서 반명 빅텐트는 매력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점에서 보듯 빅텐트가 출범해도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김, 한 두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기대 이하일 수 있다는 뜻이다. 두 후보는 정치공학 차원에서 몸집만 불리는 식의 단일화로는 유권자, 특히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반명 구호에만 기대지 말고 집권 이후의 국정 철학과 비전 등을 공유하는 ‘가치 연대’로서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정부에서 한 후보는 총리, 김 후보는 고용부 장관을 지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12·3 비상계엄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한 후보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사과하지 않았다. 김 후보의 경우 국민의힘 경선 내내 계엄을 옹호하고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계엄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한 현실과 너무나 괴리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두 후보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길 원한다면 향후 단일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등 과정에서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