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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공백 막겠다던 한덕수… 마지막 소임 잊었나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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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2 06:00:00 수정 : 2025-05-02 07: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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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서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 해제 열흘 뒤인 지난해 12월14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일성이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무회의·대국민담화·국가안전보장회의(NSC)·신년사 등 지난 5개월간 9차례에 걸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정 공백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제 긴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이자 가장 중대한 임무라고 믿고 있다”까지 말했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계엄 이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외신은 ‘한국 민주주의 위기’라고 진단했지만 국민적 노력과 인내 덕분에 6개월여 만에 나라는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했다. 1일 한 전 총리의 6·3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 선언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변침으로 대한민국호의 앞날은 다시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마음먹었다면 이미 여러 번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 물러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권력을 자신의 대선 행보용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재조명받는 영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떠오른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차기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무기한 투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정치를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 속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로렌스 추기경은 다른 교황 후보들의 비리를 파헤치다 자신이 유력한 교황 후보로 호명되는 상황에서 잠시 흔들리지만, 결국 자신의 소임을 완수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는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동안 ‘마지막 소임’을 외치던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표를 얻는 자리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어떤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전 총리는 다른 공직자들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소임을 진정으로 다 했는지 자신에게 먼저 엄중히 물어야 할 때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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