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의 역사/ 황상익 지음/ 한울/ 4만3000원
암(癌)은 국내 ‘사망원인 1위’ 질병으로 악명이 높다. 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비교적 얼마 안 됐지만 사실 암은 오래전부터 우리 옆에 있었다.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조선은 ‘암 청정지역’으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위암과 자궁암의 조선인 연령표준화사망률이 현대 한국인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당시 조선 고령층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암 사망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로 인해 암이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을 뿐이다. 100년 전 조선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의사들도 조선인이 제대로 된 암 진단을 받지 못해 유병률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자는 2012년 신장암으로 수술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인의 암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 나섰다. 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 통계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이를 대체할 분석 방법을 모색했고, 조선인의 주요 사망원인을 규명했다.
저자는 암이 한반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에 암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현실을 꼬집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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