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발생한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이 화재 진압 과정에 모두 훼손되면서 산림 당국이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은 함지산 한 묘터 일대 제단과 돌로 만든 불상이 있는 곳으로부터 약 50∼100m가량 떨어진 나무숲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산불 진화 과정에 공중에서 헬기가 투하한 진화 용수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다. 쏟아진 물이 뒤집어놓은 흙 위로는 지상 진화대원들의 발자국도 무수하게 남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일대서 비어있는 커피 캔과 상품명이 확인되는 빵 봉지, 오래된 담배꽁초 등 생활 쓰레기를 발견했다. 산림 당국은 이 생활 쓰레기들과 재선충으로 벌목된 소나무 더미를 이번 산불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증거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함지산의 지표면은 다른 산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산불의 연료가 될 수 있는 낙엽 등 여러 물질이 약 40∼50㎝ 높이로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충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완전 진화는 됐지만, 상당히 고온 상태인 보이지 않는 잔 불씨가 여전히 땅속 깊숙이 내재해 있다"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자연발화 가능성보다는 실화나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화지점 인근에서 발화 원인에 관한 단서는 찾지 못한 상태다. 산속 외진 곳이라면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가 없기 때문이다. 감식을 통해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을 찾는다해도 산불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시 등 관계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발화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원인 파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6일 서변동에서 일어난 산불도 북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산불 원인에 대해선 구청을 비롯해 소방, 경찰이 협조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신속한 산불 가해자 검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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