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재판 적용 여부 갑론을박
李 당선 땐 해석상 대립 첨예 우려
상고기각 땐 선거법위반 무죄 종결
유죄 취지 파기 환송되면 셈법 복잡
대통령 권한쟁의 땐 헌재 심판대로
대법, 판결문 문구 마지막까지 검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이 5월1일 선고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6월3일 조기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남은 형사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법원이 정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한 판단은 상고기각, 파기환송, 파기자판 세 가지로 갈린다. 대법원이 통상적인 절차보다 빠르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만큼 각 결과에 따른 파장이 불가피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 사건이 신속하게 선고된 배경에 대해 “사안의 시급성과 성격을 토대로 재판부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李 대통령 되면, 재판 진행해도 되나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선거법 상고심 선고와 함께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법 사건을 비롯해 5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재판을 정지해야 하는지 논란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소추(訴追)’가 검찰의 공소제기(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도 이어질 수 없는지를 두고 해석상 대립이 첨예하다.
다만 대법원이 상고기각으로 결론 내릴 경우 헌법 84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다. 이 후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결과가 확정되며 선거법 위반 혐의는 종결된다. 나머지 4개 재판은 이 후보의 출마 자격 논란에서 비교적 멀어져 있어 빠른 진행에 대한 압박이 덜해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논란에 개입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1심이 진행 중인 대장동 등 의혹 재판과 불법 대북 송금 재판,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사건 재판은 빠른 시일 내에 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2심인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이 후보가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반대로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될 경우 대법원이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대법원이 대통령 불소추특권과 관련한 해석을 밝히면 다른 재판부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그대로 출마하면 대통령 후보 자격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절차상 시간을 고려하면 2심인 서울고법이 대선 전까지 파기환송심에 대한 결론을 내놓기도 어렵다.
이에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대법원의 해석이 절실해진다. 이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도 법원이 관련 재판을 계속 진행할 때는 이 후보가 대통령 자격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면서 직접 판결을 확정하는 파기자판을 할 경우에도 상고기각과 마찬가지로 헌법 84조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유죄 취지로 파기하면 대법원이 형량까지 정해야 하는데, 사실관계를 살펴보지 않는 상고심에서 형량을 따지기는 어려워 파기자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막바지까지 판결문 작성에 신중
대법원은 이날 마지막으로 판결문 문구를 검토했다. 대법관들은 24일 표결을 통해 주문을 도출한 뒤 막판까지 판결문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왔다. 판결의 주문을 지지하는 다수의견은 물론 반대·별개·보충의견이 있는 경우에도 조율 및 확정 절차를 거친다.
이번 사건은 대법관 13인 중 천 처장과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1인과 재판장인 조 대법원장까지 총 12인이 심리에 참여했다. 12인 중 7인 이상이 동의한 결론이 다수의견이 된다. 조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판결문에 적히는 문구는 다수의견에 동참한 대법관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소수 대법관이 추가하는 반대·별개·보충의견은 비교적 조율 절차가 간단해 대법관 개인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다.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도 소수 의견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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