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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황 되고 싶다” 또 선 넘은 트럼프… 수에즈운하 무임통과 요구도

입력 : 2025-04-30 21:00:00 수정 : 2025-04-30 2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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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질문에 “내가 되고파” 농담
“뉴욕에 훌륭한 추기경 있어” 언급도
최근 “보수파 인사 희망” 보도도 나와

수에즈운하 무료 통행 요구도 논란
파나마운하와 달리 이집트 독자 운영
친미 기조 이집트와 관계 악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좌충우돌 발언들을 내놨다. 하나는 새로운 교황 선출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집트 수에즈운하 이용에 관한 것이었다. 농담이자, 도를 넘은 황당한 내용이지만 세계 최고 권력자가 입밖으로 내뱉은 거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상대방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사진=UPI연합뉴스

◆“교황이 되고 싶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념행사를 위해 미시간주로 향하는 길에 차기 교황에 대한 선호 질문을 받고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넘버원 선택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모르겠다. 난 선호가 없다. 우리는 뉴욕이라는 곳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볼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교황청은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7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뉴욕의 매우 훌륭한 추기경’은 티모시 돌런 추기경이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한 교황 후보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교황이 될 일이 없는지라 그저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면 될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새 교황으로 보수파 인사가 선출되기를 희망한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던 터라 말 속에 뼈가 담긴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트럼프 구호) 가톨릭’ 이 프란치스코의 진보적인 행보에 불만을 품고 있는 가톨릭 내 보수 세력과 힘을 합쳐 ‘로비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MAGA 가톨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지지하는 미국 내 보수 가톨릭 세력을 뜻한다.

 

가디언은 ‘공식적인 로비 활동’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반(反)개혁’ 세력이 로마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고 국제전화를 걸어가며 추기경들에게 갑작스러운 만찬 초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선박 수에즈운하 무료 이용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집트에 미국 군함, 상선의 수에즈운하 무료통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을 대대적으로 공습해 수에즈운하의 안정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소식통을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국 선박의 수에즈운하 무료통행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 선박은 군함이든, 상선이든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를 무료로 통행하도록 허용돼야 한다”며 “그 운하들은 미국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집트가 군사적 지원과 정보 공유, 자금 제공 등으로 후티 반군을 겨냥한 작전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에서 수에즈운하가 지닌 상징성은 크다. 1869년 완공된 수에즈운하는 핵심 교역로이자 외세에 굴하지 않는 이집트 독립의 상징이다. 이집트는 1956년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선언했고, 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았으나 끝내 수에즈운하를 지켜내기도 했다.

 

수에즈운하의 무료 통행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는 1980년대 이래 친미 기조를 보여 온 이집트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게다가 수에즈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파나마운하와 달리 미국이 건설 및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는 시설이다.

 

이집트 언론인 라미스 엘 하디디는 “수에즈운하는 1869년 공식 완공됐다. 그때는 당신들(미국)이 막 남북전쟁을 끝내고, 여전히 노예를 부리고, 간신히 철도를 운행하던 시절”이라고 꼬집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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