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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로 목관에 십자가만… 6㎞ 운구길 눈물로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 1936~2025]

입력 : 2025-04-27 18:15:00 수정 : 2025-04-27 21: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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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소박했던 교황 장례

2024년 교황 직접 개정한 예식대로
삼중관 대신 아연 덧댄 목관 쓰여
로마 성모 대성전서 ‘영원한 안식’
무덤도 장식 없이 라틴어로 이름만

전 세계 주요 지도자 한자리 모여
‘파란 넥타이’ 트럼프 복장 논란도

26일(현지시간)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그가 오랫동안 당부했던 대로 소박하지만 장엄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광장의 야외 제단으로 목관을 운구하는 절차로 시작된 교황과 전 세계인의 마지막 만남은 소박함이 만들어내는 남다른 의미로 전 세계에 또 한 번의 울림을 남겼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서 디에고 라벨리(왼쪽) 대주교가 교황의 관 위에 성경을 올려 놓는 모습. AP연합뉴스

◆소박한 마지막 작별인사

 

이날 장례미사에서 아무런 장식 없는 교황의 목관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라 십자가 문양만 새겨져 있는 목관 위에 복음서가 놓였다. 장례미사는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와 기도,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예식 순서로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장례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약 6㎞ 거리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으로 출발했다. 운구차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필리핀 방문 때 탔던 전용 의전 차량 ‘포프모빌’을 개조했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와 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

전세계 애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선종 닷새 만인 26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바티칸=AP연합뉴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이동해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했다. 운구 차량이 지나는 아파트 건물에는 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됐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졌다. 역시 교황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무덤 위에는 흰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었고, 부드러운 빛이 무덤과 그 위 벽에 걸린 십자가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돼 수많은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AFP연합뉴스

◆치열한 물밑 외교전 속 ‘복장’ 구설도

 

이날 장례는 미국이 주도한 관세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극히 불안한 가운데 세계를 이끄는 주요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펠리페6세 스페인 국왕, 마틸드 벨기에 여왕, 윌리엄 영국 왕세자 등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사에 앞서 개인적 만남을 가지는 등 국가 수장 간의 물밑 외교전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 정상들의 부적절한 복장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바티칸 행사 복장 규정에 따르면 남성은 장례에 어두운 색깔의 정장, 흰색 셔츠, 그리고 긴 검은 넥타이를 착용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색 정장과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파란색 넥타이는 문제가 있지만 파란색 정장은 공식적인 외교 의전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대두됐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는 검은색 베일과 검은색 코트를 착용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검은색 스타킹이 아닌 밝은 살색 스타킹을 신어 교황 장례식과 같은 엄숙한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생일을 맞은 멜라니아 여사와 저녁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행사가 끝나자마자 일찍 현장을 떠나 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티칸서 만난 트럼프·젤렌스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앞서 독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말 백악관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이후 처음 만났다. 바티칸=EPA연합뉴스

이밖에 검은 정장을 입었으나 파란 넥타이를 맨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복장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왕족도 비판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마틸드 벨기에 왕비가 이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장례식 때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지적받았으나, 이날 다시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입방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 논란으로 기자들과 설전까지 벌였다. 그는 7명의 장관급 각료를 데리고 교황의 장례식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로 이동했는데, 25일 교황의 빈소에는 조문을 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국내 언론은 출발 전날 다른 행사에 참석했던 밀레이 대통령이 현지에 ‘지각 도착’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문제를 제기한 기자들을 “지능지수가 부족한 돼지들”이라고 칭하면서, 장례미사 당일인 26일에 오라는 바티칸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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