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바닥 민중 곁을 지켜온 대전 빈들공동체교회가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빈들공동체의 40년의 여정은 작은 이웃과 지역사회를 섬긴 한 길이었다.
빈들공동체교회는 지난 14일 오후 설립 40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어 교회를 새롭게 하는 빈들공동체 새로운 교회 운동의 오늘과 내일, 빈들공동체 영상의 한국 교회사적 의미와 실천적 과제를 짚었다.
남재영 빈들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이날 발제에서 “2005년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2기 빈들공동체는 선교적인 영역을 현장과 더 밀접하게 결합한 새로운 교회로 정체성을 세웠다”고 말했다.
남재영 목사는 “지난 20년 동안의 화두는 ‘영성과 목회’였다. 무엇이 새로운지, 구체적으로 ‘새로운 교회 상(像)을 정립하기 위해 지난 20년 씨름해왔다”며 “목회 영역을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울타리 밖의 목회(울 밖의 목회)’로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울 밖의 목회’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 사회적 소수자들의 고난에 응답하는 목회로 정의했다. 남 목사는 “작은 이웃들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들의 현장에 빈들공동체가 자신을 투신해 그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현장의 목회”라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지역의 아젠더와 사회적 의제에 대해 빈들공동체가 자신을 개방하는 것 역시 ‘울 밖의 교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울 밖의 교회’가 가능했던 것은 새로운 교회를 표방해 온 빈들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빈들교회는 30년 전인 1984년 9월17일 대전 오정동 지하에서 문을 열었다. 1985년 공단지역인 대화동으로 옮겨 민중교회로 우뚝섰다. 1970~80년대 노동운동을 이끈 대한예수교장로회 산업선교회의 맥을 계승해 대전의 1세대 노동계 활동가들을 교육시키고 ‘바닥을 하늘로 섬기며 작지만 희망을 나누는 교회’로 뿌리내렸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93년 11월엔 빈들공동체 주도로 유성에 장기수 선생을 위한 ‘사랑의 집’을 설립했다.
남재영 목사는 “빈들공동체 40년 선교적 지향은 정지강 목사 때 이미 확립돼있었다”며 “선교적 방향은 일관되게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고난에 참여하는 교회를 지향했다”고 소회했다.
남 목사는 현장성이 강화된 목회를 했다. 남 목사는 “삶의 영성은 어떤 이론이나 원리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길을 추구한다”면서 “현장에는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의 언어가 있고 현장의 생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현장 밖에서 구한 답을 들고 현장을 적용하려 할 때 현장의 삶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빈들공동체는 수십년 간 노동자를 연대하며 이웃의 아픔을 품는 예배를 드렸다.
첫번째는 2014년 3월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해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해고 철회를 위한 길거리 예배였다. 두번째 길거리 예배는 같은 해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하다 해고된 철도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였다. 세번째는 2016년 3월 편집권 전횡에 맞선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 투쟁 연대였다. 노조 투쟁을 하다 갖은 고발과 해고를 당한 장길문 노조지부장 복직 촉구와 대전일보 정상화를 위한 기도회였다. 그해 사순절, 빈들공동체는 장길문 위원장 해고 부당함을 고발하고 응원하기 위해 대전일보사 사옥 앞 길거리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엔 매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열고 있다. 6월15일 대전지역에서 처음으로 빈들공동체 주관으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집행위원장을 초청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기도회’를 드렸다. 이후 매년 4월이면 빈들공동체 교인들은 안산에서 열리는 세월호추모기도회에 참석한다. 이후에도 빈들공동체는 리베라호텔 폐업 해고 노동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연대를 비롯,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 등에 함께했다. 2018년엔 대전기독교시민사회운동연대를 창립했다. 지난해엔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출교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은 과도한 처분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김광식 전 에너지재단 이사장은 토론에서 “빈들공동체는 창립 당시 광야에서 가히 혁명적 사랑의 실천적 삶을 보여줬다”며 “남 목사는새로운 상을 하방의 영성을 강조하며 ‘울타리 밖의 목회’로 지평을 넓혔으며 소외에 대한 질타, 약자에 대한 관심과 동행, 부당과 부조리에 맞섰다. 이런 연대와 지향성이 빈들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토론문은 남재영 목사를 향한 감사의 편지”라며 “많은 교회가 물질주의적 가치에 매몰되면서 인간들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았으나 빈들교회는 작은 교회를 지향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인간 구원에 주목해왔다”고 했다.
한석문 해운대교회 목사는 “빈들공동체는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인과 함께 하며 ‘모든 이의 존엄’을 지켜왔다”며 “빈들공동체의 40년이 오늘날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참된 길의 표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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