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조정 전 관망 재확인
트럼프 “금리 조속인하를” 압박
WTO, 2025년 무역 성장률 대폭 하향
“상호관세 전면 도입 땐 큰 타격”
한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라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무역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하며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준의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영향으로 물가와 실업률이 모두 높아져 두 가지 목표 모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인식이다.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정책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려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가는 하락했고 식료품 가격은, 심지어 계란조차도 내렸다. 그리고 미국은 관세 위에서 부자가 되고 있다”며 “파월은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오래전에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당장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파월의 해임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고 적었다.

WTO는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을 종전 3.0%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미국이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이후 추가 유예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WTO는 “상호관세를 전면 재도입할 경우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그에 따른 파급 효과로 0.8%포인트 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관세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분기 중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예상한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수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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