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 전쟁’으로 자유무역 기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공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가 15일 도쿄에서 열렸다.
안호영 전 주미 한국대사는 이날 도쿄 시내 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공동 주최한 한·일 경제협력포럼 1부 섹션에서 “올해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한·일 관계 정상화 60주년으로 좋은 해”라면서도 “지난 80년간 당연시돼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러한 국제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미국의 이탈 신호 등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 방식이 유럽 국가들은 보복,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훨씬 유화적 태도로 차이를 보인다”며 “여기에 정답은 없지만, 유화가 백기투항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사는 “우리는 확실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다”며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한 합리적 답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첨단 제조업 분야의 선두 국가인 한·일·중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뺀 한·일과 산업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걸로 ‘윈윈’(win win)으로 나아가자고 해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사는 또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서 우리가 방관자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는 액터(Actor·행위자)다”라며 “CPTT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보듯이 모집단에서 미국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체념해선 안 되고 다른 국가들이 유지·발전 노력을 하면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되고 결국 미국도 돌아와 모집단이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네하라 노부카츠(兼原信克) 전 내각관방 부장관보 역시 ‘트럼프 2.0과 일·한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해양활동 강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을 거론하며 “자유주의적인 국제 정치 질서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를 지목하며 “역내 선진 민주주의 국가인 한·일 양국이 지역 안정의 허리로서 책임감을 갖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2부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인 닥터나우가 일본 현지 업체와 협력해 의약품 배송 서비스 등 일본 시장에 진출한 사례, 현대자동차의 수소 모빌리티 한·일 협력 과제 발표 등이 이어졌다.
코트라 주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한일 파트너십 플러스 위크’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포럼에서는 혁신기업 상담회, 투자유치 설명회(IR) 등도 함께 열렸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를 통해 고위급 교류,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와 중국의 전기차·AI 등 기술 약진에 따른 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한·일 양국 기업들은 각각의 경험과 강점을 가지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쿠야마 츠요시 일본 경제산업성 통상교섭관은 축사에서 “국교 정상화로부터 환갑을 맞이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변함 없고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선행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나눈다는 정신으로 일·한 협력관계가 연쇄해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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