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 충분히 채워졌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데 20분 정도 소요
그전에 과다 섭취가 이뤄지면 혈당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 높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식사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점심시간에 10분도 채 되지 않아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런 빠른 식사 습관이 건강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식사 시간이 짧을수록 위염 위험 높아져
15일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검진센터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식사 시간이 5분 미만인 사람은 15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는 사람보다 위염 발생 위험이 1.7배 높았다. 5~10분 미만의 경우는 1.9배, 10~15분인 경우도 1.5배까지 위염 위험이 증가했다.
이는 빠르게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되기 전에 위에 머무르게 되고, 이로 인해 위 점막이 위산에 장시간 노출돼 염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2형 당뇨병과의 연관성도 밝혀져
빠른 식사 습관이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의 사이 크리슈나 구디 박사는 여러 국제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빠르게 먹는 것과 당뇨병 발병 간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음식을 빠르게 먹을수록 뇌가 포만감을 인식하기 전에 과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가 포만감을 느끼고 그 신호를 뇌로 보내는 데 평균 20분이 걸리는데, 그 전에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 인슐린 기능이 부담을 받는다.
게다가 빠른 식사는 특정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을 자극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결국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가져오며 당뇨병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체중 증가와 비만 위험도 2배 이상
비만 위험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본 규슈대학교의 오쿠마 토시아키 박사는 23개의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빠르게 먹는 사람은 느리게 먹는 사람보다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1.78kg/m² 더 높았다. 비만 위험도는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쿠마 박사는 “음식을 덜 씹고 빨리 삼키는 식습관은 포만감을 느끼기 전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식사 시간, 건강의 시작점…천천히 먹는 습관 중요”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게 먹는 습관이 자리 잡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식사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빠른 식사는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위장 질환, 대사 질환, 비만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씹는 횟수를 늘리고, 식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며, 음식에 집중하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식습관 Tip
✔20분 이상 식사하기 : 위가 포만감 느끼고 신호를 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다. 최소 20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좋다.
✔씹는 횟수 늘리기 : 한입 한입 오래 씹으면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한 입당 30번 이상 씹는 게 권장된다.
✔스마트폰·TV 멀리하기 : 음식을 먹을 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먹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음식의 맛, 질감에 집중하기: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맛, 질감, 향 등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식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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