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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오페라에 연극 결합한 명품 공연 …무대미술·영상·무용까지 감성 자극

입력 : 2025-04-13 20:33:30 수정 : 2025-04-13 20: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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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 ‘파우스트’

정동환, 노학자 고뇌·갈망 열연
낯선 ‘오플레이’ 실험 성공시켜
사무엘 윤·김기훈 등 노래 눈길
김성훈 등 안무 활약도 돋보여

서울시오페라단이 오페라 ‘파우스트(4월10∼13일)’를 통해 ‘오페라는 종합무대 예술’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입증했다. 피라미드 구조물을 중심으로 펼쳐진 상징적 미장센과 고해상도 영상, 다채로운 조명 설계가 드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밀도 있게 채웠다. 정상급 주역의 노래에 압도적인 무대미술과 영상, 무용이 더해지며 감각과 지성을 자극하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펼쳤다.

괴테의 희곡을 바탕으로 샤를 구노가 작곡한 ‘파우스트’는 철학적 깊이와 낭만주의적 정서가 공존하는 프랑스 오페라 대작. 이번 공연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은 연극과 오페라를 결합한 ‘오플레이(OPLAY)’ 형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1막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에서 노년의 파우스트를 연기한 배우 정동환은 공연 전체의 몰입도를 좌우하는 핵심축으로 기능했다. 단단한 발성과 절제된 감정, 집중력 있는 무대 장악력은 연극과 오페라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진실을 향한 노학자의 고뇌와 갈망을 담아낸 그의 연기는 생소한 오플레이 실험을 성공시켰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 무대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열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미술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신재희가 디자인한 중앙의 피라미드 구조물은 파우스트의 학문적 야심과 인간의 오만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김윤주의 조명과 장수호의 영상은 각 장면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직조해냈다. 지나치게 커서 오페라 공연에는 약점이 될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단단히 채우며 시각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주역들의 노래도 안정적이었다. 특히 사무엘 윤은 무대 위에서 메피스토펠레스 그 자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허무와 유혹, 냉소와 광기를 동시에 담은 ‘악마의 화신’으로 무대를 지배했다. 깊은 베이스의 울림과 노련한 무대 매너는 관객을 위협하기보다 매혹했고,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인물의 사악한 기품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해외 유수 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공연 전체의 무게중심을 안정시켰다. 발랑탱 역의 김기훈은 영국 카디프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실력자다운 안정된 성량과 정제된 표현력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그가 부른 발랑탱의 아리아는 서사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무용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김성훈 안무가가 만든 ‘발푸르기스의 밤’ 장면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신체의 에너지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고딕적 악몽의 절정을 시각화하며 관객 기대를 만족하게 했다. 60명에 달하는 위너오페라합창단도 장면마다 다른 에너지를 실어 나르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파우스트’를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체성과 예술적 실험정신을 입증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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