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는 인간과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11일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공학관(110동) 해동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43) 유니스트 특임교수가 밝힌 소회다.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계의 이목을 끈 프로 바둑기사였던 그는 지난 2월 유니스트 기계공학과 특임교수로 임용돼 ‘교육자’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유니스트에서 열린 한 특강을 계기로 강단에 서게 됐다. 그는 “바둑 프로 기사와 보드게임 제작자로서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학교 측의 제안이 있었고, 특임교수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니스트에서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수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게임 제작을 넘어 인간의 전략적 사고와 AI 기술이 만나는 접점을 탐구하는 AI 융합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수업은 격주로 금요일마다 6시간씩 진행된다. 오전 3시간은 바둑을 가르치고, 오후 3시간은 보드게임 제작을 가르친다. 수업은 28명의 학생들이 7개의 조로 나눠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다. 특별한 교재는 없다. 매 수업마다 이 교수가 준비해온 보드게임과 자료, 토론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 더 요구되는 것이 인간의 직관과 통찰, 창의성이다”면서 “바둑을 배우고, 보드게임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은 직관과 통찰,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훈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 교수는 “AI에게 바둑을 이길 순 없지만, AI가 바둑을 만들진 못한다”면서 “AI는 계산과 분석에서 뛰어나지만 인간은 창의력과 검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AI와 협업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유니스트 박종래 총장은 “이 교수의 독창적인 경험과 통찰을 유니스트와 공유하는 것이 AI 기술을 보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 교수와 함께하는 이번 시도가 2025년을 ‘AI 캠퍼스’ 구축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스트는 이날 ‘유니스트 AI 스마트 캠퍼스’ 운영 계획도 소개했다.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 첨담 AI 기술을 접목해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인공지능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 총장은 “1인 1생성 AI 체계를 마련하는 등 학습, 연구, 창작 등 다방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혁신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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