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달 축구장 잔디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 총 27곳의 잔디 상태를 전수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서글프다. 연간 예산 100억원이 넘는 프로축구구단이 수두룩하고, 연 예산 1000억원이 넘는 대한축구협회가 있는데도 그깟 잔디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니.
우리는 23년 전인 2002년에 일본과 함께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했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당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전국에 10개의 축구 전용 경기장을 건설했다. 잔디는 경기장의 일부다. 그런데 아직도 축구장의 잔디가 미해결 난제로 남아 있다. 지난 3월 홈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경기 A매치 2연전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악화해 고양종합운동장(오만)과 수원월드컵경기장(요르단)에서 열렸다.
그런데도 경기 후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지난달 25일 요르단전이 끝난 뒤 “이런 말을 또 해서 그렇지만, 홈 경기인 만큼 좋은 컨디션과 환경에서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개선이 안 되는 게 속상하다”고 했다. 또 “어느 나라든 춥고 덥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잔디가 잘돼 있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골프장을 보자. 대한민국 회원제 골프장의 잔디 상태는 최상급이다. 양탄자를 밟고 걷는 것처럼 잔디 상태가 최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종목과 달리 경기장인 골프장 관리를 직접 하는 것이다. 잔디가 망가지면 곧바로 조치한다.
그런데 축구장은 대부분 지자체가 만든 시설관리공단이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경기장 관리의 주체도 FC 서울이나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공기업 서울시설공단이다. 서울시설공단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서울의 모든 공공시설을 일일이 다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에 있는 수많은 관리 대상의 공공시설 중 하나에 불과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축구장의 잔디는 골프와 달리 선수들이 엄청난 스피드를 감당해야 하므로 잔디 관리가 더 어렵다. 특히 지난겨울에는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려 축구장 잔디 관리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김영하 전 성남FC 대표는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연습구장도 금방 잔디가 손상된다. 해외 축구장을 가보니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잔디를 바꾸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몇 개 경기장만이라도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관리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자체는 행안부 소관이다. 문체부의 관여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모르겠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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