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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경선’ 김동연의 美 미시간行…금쪽같은 20여일 왜 쪼갰나?

입력 : 2025-04-10 11:53:07 수정 : 2025-04-10 11: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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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600억 관세 물면 다 망한다”…道 자동차 관련 업체 호소
‘국제인맥’ 휘트머 美 미시간주지사 면담…업체 호소 전달 예정
인천공항 출마회견 직후 13시간 비행…공항에서 ‘샌드위치’ 점심
“관세문제에 손 놓은 정부는 죄짓는 것…절실한 마음으로 왔다”

“포드·스텔란티스와 맺은 계약은 우리가 관세를 모두 부담하는 조건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연간 100억원 가까운 관세 폭탄을 맞게 됩니다. 우리가 가진 카드는 ‘납품 거부’뿐인데 부품업체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얘기죠.” (경기도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

 

지난달 31일 ‘평택항 자동차 수출기업 간담회’. 간담회장에 나온 지역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답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 측 제공

◆ “정부는 손 놓고, 美 ‘빅3’는 만나주지 않고”…업체 호소

 

이곳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해 중소 부품업체 임원 A씨는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했다.

 

A씨는 “지금 제일 답답한 점은 (정부의) 정확한 정책 방향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나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포드나 스텔란티스와 협상하려 시도하지만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90%가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으로 났고, 영업이익은 거의 없었는데 100억원 가까운 관세까지 물게 되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동연 지사 측 제공

A씨는 그러면서 “경기도가 나서 포드나 스텔란티스와 우리 업체들 대표가 관세 관련 협상을 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달라”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김 지사가 첫 방문지로 미국 미시간주를 택하고,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연 계기는 지난달 평택에서 마주한 자동차 관련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번 출장은 조기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까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나흘을 ‘투자’하는 결단이었다. 

 

김 지사 측은 “김 지사의 미국 방문은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한 행보”라며 “공항에서 트럼프 관세문제 대응을 위한 출국 인사와 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 미시간주를 방문한 김동연 지사가 공장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가 향한 미 미시간주는 자동차 완성차 3대 회사(GM·포드·스텔란티스)가 있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다. 디트로이트 등에서 2박 4일간 머물며 경제 외교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김 지사는 출국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지금 허송세월하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적었다.

 

실제로 당시 간담회장에서 다른 업체 임원 B씨는 “25% 관세부과 시 600억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을 내놓았고, 또 다른 업체의 임원 C씨는 “정말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 4년간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 “국내 산업 공동화 막아야”…미시간주 차원 세금감면 등 가능

 

이런 호소 때문일까. 김 지사는 10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을 시작했다. 13시간을 날아와 내린 공항에선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고, 숙소에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기업 ‘광진 아메리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곳에서 미시간주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경기도가 도울 일을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광진아메리카는 GM으로부터 우수부품 공급업체로 22번이나 선정된 탄탄한 회사이다.

 

하지만 이곳 임직원들 역시 평택항 간담회와 비슷한 분위기의 대화를 이어갔다. “관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왔다. 이어 “미국 연방정부가 아니어도 주정부 차원에서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시간주 차원에서 세금감면이나 투자지원 같은 생산적 대안이 가능하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대해 “미국 경제와 국제 경제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공급망 체제가 흐트러지게 되면 자칫 한국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절실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왔다. 자동차 문제에 경기도와 미시간주가 협력할 일이 많은데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 미시간주를 방문한 김동연 지사가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11일(현지시간)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와 만난다. 직전까지 현지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 7곳과 라운드 테이블을 갖고 공동대응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휘트머 주지사는 김 지사가 손에 꼽는 국제인맥 중 한 명이다. 김 지사는 2023년 4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휘트머 주지사에게 첨단산업 분야의 혁신동맹을 제안했고, 휘트머 주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도를 답방해 두 지자체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달 경기 평택항에서 열린 자동차 관련 업체 간담회에서 김동연 지사가 경청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앞서 평택 간담회 직후 김 지사는 도 간부들에게 휘트머 주지사와의 회동 추진을 지시했다. 휘트머 주지사 측도 곧바로 흔쾌히 동의했다. 당시 미시간주는 ‘얼음 강풍’(아이스 스톰)으로 극심한 피해를 본 뒤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었다.

 

김 지사 측은 “김 지사는 관세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우리 경제에 죄를 짓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금쪽같은 시간이지만, 중소기업인들의 요구에 응답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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