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때 버튼 누르면 경고음
차량 경적 수준… 범죄 억제 기대
市, 9억원 들여 11만개 제작 중

다음 달부터 서울 시내 어딘가에서 ‘삐’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볼 필요성이 커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범죄 등 위험에 처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SOS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대전 초등학생 피살과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생 휴대용 안심벨(헬프미)을 시내 모든 초등학교 1·2학년생에게 무상 보급한다. 시는 11∼25일 관내 초등학교 608곳을 대상으로 휴대용 안심벨 신청을 받아 다음 달 초부터 각 학교로 순차 배송한다고 9일 밝혔다.
초등학생용 안심벨은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기존 안심벨을 토대로 개발됐다. 열쇠고리 형태라 책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긴급 상황 시 뒷면의 검은색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곧바로 100㏈ 이상의 날카로운 경고음이 계속 나온다. 기존 안심벨 경고음(90㏈ 이상)보다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100㏈ 이상은 자동차 경적 소리 수준으로, 실내·외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반경 50~70m 이내에서 명확히 들려 주의를 즉각 끌 수 있다”며 “어른들의 빠른 반응을 유도하고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 더 버튼을 눌러야 경고음이 멈춘다.

또 초등생용은 동전형 리튬 건전지만 넣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제작됐다. 기존 안심벨은 충전식이다. 외형은 기존 안심벨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해치와 소울 프렌즈를 활용해 디자인됐다. 색상은 흰색과 연두색 두 가지다.
다만 기존 안심벨과 달리 초등생용은 긴급 신고 기능은 없다. ‘안심이’ 앱과 연동되지 않아 자치구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확인해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도 없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경우 장난이나 오작동 등의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상황과 무관한 경찰의 과도한 출동이나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이후 안심벨 보급을 추진했다. 아이들이 긴급 상황 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돕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는 2019년 1514건에서 2023년 1704건으로 13% 늘었다. 이 중 유괴는 같은 기간 138건에서 204건으로 48% 급증했다.
서울 지역 초등 1·2학년생은 약 11만명. 시는 이들 모두가 안심벨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게 9억여원을 들여 11만3000개 정도를 제작 중이다. 안심벨 신청은 초등학교별로 수요를 파악해 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 누리집이나 네이버 폼, QR코드(정보 무늬)로 학교명과 주소, 학생 수, 담당자 이름, 연락처 등을 기입하면 된다.
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안심벨을 나눠 줄 때 영상 자료를 통해 비상시 사용법을 알려 줄 수 있게 안내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기 고장이나 오작동 등에 대비해 예비 수량까지 지원해 신속한 교체를 돕는다. 추후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 조사, 사업 효과성 평가 등을 거쳐 보급 대상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김선순 시 여성가족실장은 “안심벨이 실제 위급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변에서 경보음이 들릴 경우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긴급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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