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국회 소통관서 발표
오세훈 13일 쪽방촌 선언 검토
홍준표, 14일 ‘여의도 컴백’ 예고
이제 55일이 남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6월3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 내 ‘잠룡’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초스피드’로 치러지는 대선에 주자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TPO’(시간·장소·경우)를 모색하고 있다. 정치인의 행보에 ‘그냥’은 없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숟가락질 한 번에도 의미를 담는다”고 했을 정도다. 후보 행보 하나에도 지지율이 춤을 추는 조기대선 특성상 대중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출마선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1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쫓아야 하는 보수 진영 주자들의 선택엔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국민의힘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그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며 정치적 의사표현에 제약이 있었던 김 전 장관이 출마선언 장소로 ‘국회’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 앞 분수대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그가 출마선언 장소로 국회를 고른 이면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밝힌 ‘계엄 반대·탄핵 찬성’ 결단을 선명히 부각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국민의힘 주자 중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이 선택한 장소는 ‘광화문’. 안 의원은 전날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화문은 전국에서 집회가 가장 활발히 열리는 곳으로, 우리 사회 공론장의 역할을 해왔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광화문 인근은 탄핵 찬반 집회 양측 목소리로 가득 찼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광화문 집무실’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정치인에게 광화문은 시민들과의 소통 의지를 상징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출마 시점에도 대권 주자들의 셈법이 잔잔히 녹아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전당대회 날짜가 정해진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에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공직자 사퇴시한(5월4일) 하루 전날인 다음달 3일 치러질 예정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출마선언 장소로 쪽방촌, 임대주택, 동행식당 등 그의 ‘약자동행’ 정책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출마선언에 나선다. 그가 일찍이 출마 의사를 시사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선언이다. 홍 시장은 11일 대구시장직을 내려놓는 만큼, 마지막까지 시정을 돌보며 지역 여론을 다독이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출마 장소는 홍 시장 대선 캠프가 있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이다. 홍 시장 측은 출마선언과 출정식을 병행하며 내부 조직과 결속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보수 진영의 또 다른 잠룡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전날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을 첫 번째로 마쳤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만 40세가 돼 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을 얻었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일축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이 의원이 지난 2월 대권 포부를 밝힌 장소는 ‘젊음의 거리’로 인식되는 ‘홍대입구역’. 여기엔 ‘40대 기수론’을 강조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며 젊은 후보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그만의 계산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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