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준공때 모습 90% 복원
1~2층 샤넬 매장·4층은 갤러리
쇼핑·역사 살아있는 랜드마크로
1935년 준공된 서울 중구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이 10년간의 보존·복원을 거쳐 9일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로 재탄생했다. 더 헤리티지는 해외 고급 브랜드와 전통문화·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운영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더 헤리티지 개관에 맞춰 본관을 명품·잡화 중심의 ‘더 리저브’로, 2005년 개관한 신관을 패션·식음료 중심의 ‘디 에스테이트’로 새로 이름 지었다고 이날 밝혔다.

옛 제일은행 본점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한국산 화강석을 사용한 네오바로크 양식 건물이다. 1935년 조선저축은행(제일은행 전신) 본점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6·25전쟁 때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준공 당시 모습을 보존하고 있으며,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건물을 2015년 매입했다. 10년간 보존·복원에 공을 들여 준공 당시와 90%가량 동일하게 복원했다. 1층 천장의 꽃 문양 석고부조는 페인트를 없애고 파손된 곳을 보수해 원형을 되살렸다. 준공 당시 설치됐던 금고 문은 원형을 유지해 4층으로 옮겨 전시한다.
1994년 대수선 공사에서 변형됐던 엘리베이터 홀과 계단실의 화강석 마감재도 철거하고 준공 당시와 같은 타일 마감으로 복원했다. 현대적 해석도 가미했다. 남측의 커튼월을 뉴욕의 ‘더 모건 라이브러리’에서 영감을 받아 흰색 철판으로 제작했다.
더 헤리티지 1∼2층은 샤넬 매장이다. 샤넬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피터 마리노가 매장 설계를 맡았다. 이 매장에는 판매용 제품뿐 아니라 70여점 이상의 예술 작품, 오브제 및 가구가 전시됐다. 3층은 올해 하반기에 연다.
4층에는 역사관과 갤러리가 들어섰다. 역사관에서는 한국 근대 유통의 시작이던 신세계가 소장한 다양한 유물과 사료를 디지털로 보여준다. 갤러리 개관전으로는 1930∼1950년대 남대문 일대와 신세계의 역사·유산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린다.
이후 설치미술,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전시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5층에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들어섰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를 열거나 한국적인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를 비롯해 전문가 강연, 워크숍 등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하반기 본관 ‘더 리저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이 문을 열면 본점 일대가 서울의 고급 브랜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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