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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튀르키예 사람들의 한국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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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9 23:12:27 수정 : 2025-04-09 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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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더니 반 친구가 나를 “잔게마!”라고 불렀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한 얼굴로 친구를 쳐다보자 친구는 내가 자신이 최근 빠져든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을 닮았다고 했다. 궁금해서 그날 바로 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참 흥미로웠다. 사극, 궁전, 한복, 한국 요리 등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때가 내가 처음 한국 드라마를 본 날이었고, 이후 나는 매일 그 드라마를 챙겨보게 되었다. 2007년 튀르키예 TV에 한국 드라마가 더빙돼 방영되었고, 그 드라마가 바로 ‘대장금’이었다.

‘대장금’은 나에게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였다. 그 후로 계속 드라마를 챙겨보며 유학을 꿈꾸었고, 결국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어 졸업 후 정착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회와 현실을 지켜보면서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들도 있었다. 이런 점은 전 세계 어디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그렇다면 튀르키예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에 사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통해 그 대답을 얻고 싶었다. 그동안 들었던 대답들을 정리하여 이번 기사에는 ‘문화 인식과 사회적 규범’을 다루고, 다음 기사에는 ‘생활과 개인 관계’에 대해 다루어 볼 생각이다.

먼저, 튀르키예에 사는 사람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람들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의 과로 문화나 회식 문화 등 부정적인 측면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러한 문화를 경험해 보면, 과로와 장시간 근무, 눈치 보기가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친구 중 한 명은 해외 출장 중 회식 뒤에 동료와 같은 방을 썼는데, 술에 취한 동료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다른 방을 예약했다고 한다. 그 후 그 동료와 대표님에게 괴롭힘을 당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경험도 있다.

다음으로, 튀르키예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학문적 성과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한국 사람들의 교육열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튀르키예 사람들은 지나친 경쟁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스트레스나 압박감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 슈카월드 채널에는 “사교육 지출 폭발적 증가”라는 영상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한국에서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도 사교육에 쓰는 돈은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을 다뤘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영어 유치원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 보내 초기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 교육은 아이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배워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결국 최고의 대학교에 진학해 취업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큰 듯하다. 하지만 튀르키예 미디어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효율적이고 뛰어난 것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이런 일을 실제로 경험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과 튀르키예에서 경험한 문화적 차이는 단순히 외적인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인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지나친 교육열, 직장의 과로 문화, 대인 관계에서 오는 압박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며, 이는 튀르키예와 다른 나라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앞으로도 문화와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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