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는 되고 시내버스·마을버스·관광버스는 예외”
159명이 숨지고 195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와 최근 날벼락처럼 벌어진 ‘서울 강동구 싱크홀(땅 꺼짐)’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도로’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가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처법 목적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 등 중대시민재해 관리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상이 한정적이다 보니 법을 만들었는데도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실련은 최근 벌어진 참사들을 열거하며 중처법의 한계를 짚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최근 서울 강동구 땅 꺼짐 사고로 시민이 사망했다. 그러나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가 포함되지 않아 책임을 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 동구 학동 철거 건물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한 사고도 있었지만 ‘시내버스’도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아니다”라며 “시내버스, 마을버스, 관광버스는 해당이 안 되고 시외버스만 해당이 된다. 기준이 모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실련이 이번에 조사한 중대시민재해 대상(2만5449개)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된 시설물(17만8897개)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FMS는 시설물안전법상 1~3종 시설물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체계인데, 그만큼 중처법 대상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창원 NC파크 구조물 낙하 사고’ 등 최근 재해를 거론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론을 부각했다.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민간 부문이 더 취약하다”라면서 “공공부문이 그나마 상황이 낫다지만 안전 투자 미흡한 곳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처법 대상이 아닌 대상 시설이나 대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사건의 예방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으로 포함할 필요 있다”고 덧붙였다.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도 “단순히 처벌하거나 안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안전한 사회 만들기 위해 새 정부는 법률을 방치하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 법률에 규정해 예방적 효과 크게 작용할 수 있도록 요구를 다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올 1월13일부터 3월17일까지 중앙행정기관·산하기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환경부·소방청), 지자체·산하기관 등 2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다만 조사가 중대시민재해 대상 중 공공부문 전수조사가 아닌 만큼 결과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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