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9배 크기… ‘그린마크’ 목표 설계
에너지 효율 33% 향상·염분 부식 방지
‘맞춤형 성능’으로 까다로운 요건 충족
동남아 HVAC 시장 성장세… 확장 기반

LG전자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개발한 냉난방공조(HVAC) 솔루션이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사진)에 공급됐다. 최근 동남아 공조시장에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초고효율’ 솔루션으로, 업계에선 LG전자가 이번 수주를 발판 삼아 동남아 공조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에 건설된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했다고 2일 밝혔다. 물류센터 규모는 연면적 5만9800㎡로 축구장 9개 크기와 맞먹는다.
이번 수주에서 눈에 띄는 점은 LG전자가 HVAC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고객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점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그린마크 플래티넘 SLE(초고효율)’ 등급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는 2005년 싱가포르 건축청이 제정한 친환경 건물 인증 프로그램 ‘그린마크’의 최상위 등급으로, 인증 획득을 위해선 건물 내 전체시스템효율(TSE)이 엄격한 기준치를 통과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맞춰야 한다.
LG전자는 초고효율 등급 달성을 위해 기존 멀티브이 아이의 성능을 현지에 맞춰 대폭 개선했다. 고객의 에너지 절감 목표에 맞춘 능동 제어가 가능하도록 고성능 인공지능(AI) 엔진을 적용했고, 실내 공기와 냉매 사이에서 열을 주고받으며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열교환기의 면적을 기존 대비 10% 이상 확대했다. 또 바다가 많은 싱가포르 환경을 고려해 염분으로 인한 부식을 막는 내염 성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실사용 환경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제품이 작동하도록 했을 때 에너지 효율을 기존 대비 최대 33% 향상했다.
업계에선 LG전자의 HVAC 사업이 동남아에서 날개를 펼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새로 짓는 건물의 80% 이상을 그린마크 인증 조건에 맞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주요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초고효율 솔루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P&S 인텔리전스는 “동남아 내에선 빨라진 인프라 개발 속도와 호텔 산업의 성장,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정책 등이 맞물려 기존 HVAC 기기를 에너지 효율적인 기기로 교체하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HVAC 시장이 가장 크고, 말레이시아는 관련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나라”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블루위브는 동남아 전체 HVAC 시장이 2023년 135억6000만달러 규모였고, 연평균 7.19%씩 성장해 2030년에는 217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동남아 HVAC 시장에 지속해서 공들여왔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HVAC 컨설턴트들을 한국에 대거 초청해 자사 기술력을 선보이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초청 대상국 5곳 모두 동남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싱가포르)였다.
한편 LG전자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전날 2억원 상당의 자사주 2500주를 추가 매입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책임 경영,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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