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시행 이후 가격 더 올라
거래량은 줄었지만 효과 의문
서울시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에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자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서울·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권 자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은행들도 속속 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대출이 막힐까 봐 걱정하며 계약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감지된다.
23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은행은 다주택자의 서울 지역 주택구매 목적의 신규대출 및 갭투자(전세 낀 매매)에 이용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했거나 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재지정 시행(24일) 전 급매물을 매매했더라도 대출이 안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기대감에 집을 샀다가 돌연 나온 대출규제 강화책에 대출이 막힐까 봐 걱정하는 계약자들의 문의 전화가 주말까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개업소는 또 허가구역 지정 전에 집을 팔려는 집주인과 막판 매수세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호가가 32억원까지 올랐으나 이보다 최대 4억원 낮은 28억∼29억원에 다수가 주말 사이 거래됐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출규제 강화로 단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자뿐만 아니라 주거 이전을 계획했던 잠재적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를 끼고 집을 미리 사뒀다가 2∼3년 뒤 입주하려는 ‘상급지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토대로 ‘잠삼대청’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직전 2년(2018년 6월∼2020년 5월)과 직후 2년(2020년 6월∼2022년 5월)의 아파트 매매량을 조사한 결과 거래량은 4개 지역에서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매매가격이 시행 후 2년간 23.8% 올라 시행 전 2년 동안(22.7%)보다 더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도 규제 후 상승률(22.5%)이 규제 전(20.8%)을 앞질렀다. 거래량 감소에도 해당 지역의 학군이나 교통 등 입지적 강점이 부각된 데 따른 것 이라고 신한 측은 풀이했다.
금융당국은 상황에 따라 대출규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25일 주요 시중은행을 소집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 이후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추가대책이 필요한지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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