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준공 검사를 통과한 부산항만공사(BPA)의 컨테이너 이동용 대형 크레인 하부 레일의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는 부실 보수공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레일 부실시공 의혹이 지적된 현장 보수공사가 진행됐지만, 이 역시 미흡하게 진행된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항만공사는 지난달 신임 사장이 취임해 “안전을 최우선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현장 상황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7일 ‘부산항 레일 기초 유지보수공사’ 건에 대한 부산항 신항 4부두 일부 구간의 하자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달 준공 검사를 통과했지만 △레일과 레일 고정 장치 간 이격 현상 △대형 컨테이너 이동 시 충격과 진동 흡수용 하부 고무패드의 이탈 △레일 고정 장치 체결용 볼트 풀림 현상 등 안전과 직결되는 요소의 부실시공 지적에 따른 후속 조처였다.
그러나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현장을 다시 확인한 결과 이에 따른 보수공사 역시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레일 고정 장치 체결용 볼트는 여전히 풀림 현상이 있어 레일 고정 장치가 헛돌기도 했다.
또 레일과 레일 고정 장치 간 이격(간극) 현상은 그대로였다. 이 둘 사이는 이격이 없어야 단단히 고정이 돼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레일과 고정 장치 사이 성인 남성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이격을 재확인했다.
앞서 현장 취재 당시 부실시공 의혹으로 지적된 부분 중 하나인데, 보수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부산항만공사는 “대형 물류용 레일 유지보수 및 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자료에서는 △레일과 고정 장치 간 풀림 하자보수는 지난 7일 완료했으며 △지난 16일 현장 재점검 결과 레일과 고정 장치 간 이격(풀림 현상) 발생은 없는 것으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실 보수공사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공사는 트레일러에 실을 컨테이너를 옮기는 수백t 무게의 대형 크레인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는 충격과 진동 등을 최소화하는 레일 고정 장치를 보수하는 게 주목적이다.
그 역할을 하도록 설치한 하부 고무패드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이탈해 있는 것이 확인돼 이 건 역시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고무패드의 제자리 복원은커녕 고정 장치 사이 튀어나온 고무패드를 절단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이탈한 고무패드가 있는 현장에서 절단된 고무패드의 조각들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레일 폭만큼 지지해야 할 고무패드가 사실상 절반 정도만 레일을 지지하는 구조여서 레일의 한쪽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김희순 부산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탈한 고무패드를 새로 교체하거나 제자리 복원을 하지 않고 튀어나온 부분을 절단했다면 밸런스가 안 맞을 것”이라며 “레일이 한쪽으로만 하중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구성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는 이른 시일 내에 후속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직 내부에서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조치하고 있으며, 이른 시간 내에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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