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와 지정철회 협의 방침
4월 15일 발효 앞둬 시한 촉박
미국 정부가 한국을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당국이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1월 초순 민감국가에 지정된 이후 정부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관련 배경을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한 것으로 장기화한 리더십 공백 속에서 부족한 외교 대응력을 드러내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외교부는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오른 이유에 대해 미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치적·정책적 문제가 아닌 기술적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DOE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선 미국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간 원전 기술 분쟁과 국내 핵무장론 확대, 12·3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됐다.
외교부가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된 이유로 기술적 문제를 들었지만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커지던 외교 참사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월 미국이 한국을 SCL 명단에 올린 이후 두달 넘게 이를 인지하지도 못해 기본적인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감국가 지정 시점은 1월 초순이다. 당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잇따른 탄핵으로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장기화한 리더십 공백과 외교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른 참사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동맹인 한국과 사전 논의는 물론 사후에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우리 정부도 이 사실이 알려진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 주도로 선포된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서는 현 정권이 유지되는 한 민감국가 지정 관련 논의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되었다가,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88년과 1996년 보고서에서 각각 민감국가로 분류돼 있다. 당시 미측이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기상 박정희 정권에서 추진하던 독자 핵무장 여파, 1979년 12·12 군사반란 및 1980년 5·18 민주화항쟁 같은 정치적 격변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후 한국 측의 시정 요구로 1994년 7월 해제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명단이 철회되도록 미국 측과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 달 15일 발효까진 시한이 촉박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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