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가격 4주 연속 올라
‘잠삼대청’ 등 강남권 증가 先주도
‘노도강’ 이어 ‘금관구’까지 회복세
토허제 해제 이후 계약 건수 64%
가격 올라 평균 매매가 14억 육박
市 “가격 폭등하면 토허제 재지정”
금융당국도 주담대 추이 등 주시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뒤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토허제 해제 뒤 1개월여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고 매매가도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적은 지역으로 분류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집값이 꿈틀댈 정도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으며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0.58% 뛰며 6년6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2월 거래량은 15일 기준 신고 건수(계약일 기준·신고 접수 중) 513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확정 거래량 2714건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기에 나타난 이런 현상은 토허제 해제 변수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기간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1428건이 신고된 송파구이며 강남구(419건), 강동구(344건)가 뒤를 이었다. 강남권이 거래량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토허제 해제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 복합지구 인근 아파트 291개 단지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전격 해제했다.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5138건 중 토허제 해제 뒤인 13일 이후 계약 건은 3281건으로 전체의 63.9%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전체 419건 가운데 288건(68.7%)이, 송파구는 428건 가운데 268건(62.6%)이 토허제 해제 후 계약됐다.

5년여 만에 풀린 규제의 파급력은 상당해 보인다. 마포구 아파트 2월 거래량 289건 가운데 200건(69.2%)이, 성동구는 325건 중 223건(68.6%)이, 노원구는 336건 중 200건(59.2%)이 각각 토허제 해제 후 거래됐다.
토허제 해제는 서울 전역의 집값 상승 압력을 높였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 시세는 13억9669만원으로 전월보다 0.76%, 작년 동기 대비 8.7% 올랐다. 특히 노원·도봉·강북, 금천·관악·구로 6개 자치구는 지난달 평균 매매 시세(6억9926만원)가 전월보다 0.18%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아파트값 상승에 서울시가 13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과, 재지정 전 수요가 더욱 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이날 토허제 해제 지역 한 달 사이 집값 변동 상황을 공개하며 “신고량이 늘어나면서 거래량도 증가했다”며 “가격이 상승한 사례도 있으나 직전 거래 대비 하락한 사례도 확인된다”고 항변했다.
최근의 기준금리 인하와 증가한 가계대출 등과 맞물려 토허제 해제가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 당국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토허제 해제와 신학기 이사 수요 확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강남 3구뿐만 아니라 강동구를 포함한 동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추이를 파악해 토허제 해제가 가계대출 수요에 미친 영향을 지역별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다시 반등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과 경기불황, 내수 부진 등 거래 회복을 저지하는 변수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