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일부 단체장 치적쌓기용 건설 … ‘애물단지’ 전락도 [지방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3-17 06:00:00 수정 : 2025-03-17 02:18:1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정부 지원금 노린 사례 많아

세종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 조성 추진
높이 108m 세계 最高 … 전시행정 논란
하동선 ‘우드정글짐’ 설치 1년 만에 철거
전문가 “졸속 진행 막을 관리감독 필요”

목조건축물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면서 목조건축물 건립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늘고 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멀쩡한 콘크리트 건물을 허무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지은 지 1년밖에 안 된 목조물을 철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최근에는 세종시와 훈민정음기념사업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높이 108m)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전시행정’, ‘혈세 낭비’ 논란을 키우고 있다.

 

1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중구 보문산에는 높이 24m, 지하 1층∼지상 2층(연면적 1207㎡) 규모의 목조전망대가 들어선다. 2022년 2월 산림청 목조전망대 실연사업에 선정된 까닭에 총사업비(130억원)의 절반인 65억원은 정부가 댄다. 현재 공정률 50%로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보문산 전망대는 기존의 콘크리트 전망대였던 보문산 보운대를 모두 철거한 후 세우는 것이다. 보운대는 해발 197m에 2층 7.5m 규모로 1960년 시공됐다. 60년 넘게 대전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대전 대표 전망대였으나 목조전망대를 짓기 위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체 작업엔 1억7500만원이 투입됐다.

 

목조전망대 건립을 두고 환경단체와 충돌하는 등 시민들 비판이 거셌다. 시민 박건대(67)씨는 “낡고 오래됐다고 대전 역사에서 사라지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단체장 재임 기간에 무엇이라도 하나 더 지으려고 하지 않냐. 결국 치적쌓기용 전망대”라고 지적했다.

 

경남 하동군이 주민들 민원 등으로 없앤 우드정글짐 철거 전(왼쪽)과 후 모습. 산림청 제공

경남 하동군에 조성된 목조건축물은 조성한 지 1년 만에 철거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 하동군은 2023년 1월 하동읍 다목적 광장에 설치한 ‘우드정글짐’을 철거했다. 2021년 7월 문을 연 우드정글짐은 국산 낙엽송으로 제작한 목재조형물로 17억5000만원을 투입, 484㎡ 규모에 목재조형물과 바닥분수, 인공개울 등을 조성한 사업이다. 하동군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나무정원과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만들어져 그해 산림청의 ‘공공분야 목조건축 우수사례’에서 최우수 목조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성 후 주민 민원에 몸살을 겪었다. 주민들은 우드정글짐이 설치된 다목적광장 인근에 숙박시설과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많아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되기에 부적합하고, 나무 모서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어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했다. 결국 하동군은 2022년 7월 군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1.4%가 “철거해야 한다”고 답하자 이듬해 1월 우드정글짐을 철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례가 목조건축물에 대한 활용 방안이나 관리에 관한 고민 없이 졸속으로 진행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는 “지자체 혹은 산림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목조건축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며 “목조건축물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지역에서 목조건축을 보전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비 지원 단계에서 면밀히 심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공효진 '봄 여신'
  • 나연 '사랑스러운 꽃받침'
  • 있지 리아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