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도 안 했으면서 배달비를 가져가는 거는 도둑 심보 아닌가요?”
수원에서 2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우모(59)씨가 어이가 없다며 말했다. 배민1 소속 배달기사가 오지 않아 취소된 주문에 대해 배달의민족(배민)이 보상은커녕 배달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을 제한 나머지 금액만 입금했기 때문이다.
우씨는 배민 측의 전산 오류로 여겨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기존 전액 환급에서 중개이용료(6.8%), 배달비(2900원), 정산수수료, 부가세 등을 뺀 잔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2월10일부터 바뀌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책 변경에 대해 알지 못했던 우씨 입장에선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 우씨는 “결제도 안 했고, 배달기사는 구경도 못 했는데 정산수수료, 배달비 등을 가져가는 거는 납득이 안 된다”며 “배민이 배달을 책임지기로 했으면 제대로 보상을 하는 게 정상”이라고 소리 높였다.

배민이 이런 정책을 펼치는 배경에는 쿠팡이츠와의 치킨게임(출혈경쟁)이 있다고 생각된다.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선 경쟁사만큼의 비용 효율성을 갖춰 고객 확보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액 환급을 하지 않는 쿠팡이츠를 배민이 따라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와 배달기사 등 약자가 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자율규제에 힘을 실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상생안까지 도출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배민의 환급 정책 수정과 포장주문 수수료(6.8%) 인상 등 자영업자에 불리한 정책 모두 상생협의체 구성 뒤 나온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심지어 상생협의체에서 나온 상생안인 ‘차등수수료’ 정책이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살생안’이란 비난까지 제기된다.
자율의 시간은 끝났고 이제 입법(立法)의 시간이라는 일부 주장에 수긍이 간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플랫폼의 독점 및 갑질을 방지하는 ‘플랫폼법’ 패스트트랙 처리까지 고민 중인 상황은 다행이다.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두 공룡 간 화해를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은 과도한 부탁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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