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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사현장에 ‘디지털 블랙박스’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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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2 23:24:28 수정 : 2025-03-12 23: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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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공사 현장에서 수백 t의 콘크리트가 50여m 높이에서 무너져 내렸다. 청천벽력 같은 참사였다. 다행히 아래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사고 직전 통과해 피해를 면했으나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부상했다.

정부가 신속히 합동 감식에 나섰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붕괴 흔적만 남은 현장에서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사고 직전의 상황은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겸 기술사·공학박사

기술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건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높고 긴 교량이 건설될 텐데,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말란 법도 없다. 문제는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수준은 여전히 수십 년 전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공사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바로 디지털 블랙박스 도입이다. 디지털 캠과 센서를 활용해 공사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비행기는 조종사가 탑승하는 순간부터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가 작동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을 건설 현장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위험 작업이 이뤄지는 교량 건설 과정에서는 장비와 작업자의 활동을 디지털 블랙박스로 기록하고, 드론 촬영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도록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블랙박스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행기 블랙박스와 마찬가지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록을 누구도 열람할 수 없도록 관리하면 된다. 작업자를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고 예방과 원인 규명, 피해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2022년 7월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에 디지털 동영상 촬영을 시범 운영한 적 있다. 그 결과 안전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2023년 3월부터 1억원 이상 공공 공사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 선례를 볼 때, 디지털 블랙박스 도입은 충분히 가능하고 실효성이 크다.

디지털 블랙박스는 사고 예방뿐 아니라 부적절한 작업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과거 일부 아파트 공사장에서 작업자가 위생시설 부족으로 인해 천장 등에 오물을 버리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 있다. 공사 현장의 디지털 기록이 강화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디지털 블랙박스 시스템을 모든 공사 현장에 즉각 도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고위험 공정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면 된다. 특히 교량 상판 설치 과정에서 사용되는 중장비의 작동 기록을 저장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비용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 비용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비용과 인명 피해 보상 비용은 안전 투자 비용의 수십 배, 수백 배에 이른다.

안전이 국력이고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업 현장의 사고를 줄이고,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블랙박스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다.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겸 기술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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