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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이나 암 이겨낸 아이…포기할 수 없었다

입력 : 2025-03-12 15:25:48 수정 : 2025-03-12 16: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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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CAR-T 획기적 치료로 재발암 치료 성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몸무게는 빠지는데 자꾸 배가 나왔다. ‘성장기라 키가 크려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어느 날, 수영장에서 심상치 않은 딸의 배를 본 엄마는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검사 결과를 들은 부모는 펑펑 울었다.

 

박은후(26)씨는 그렇게 암과의 질긴 인연을 시작했다. 2년 가까운 항암치료에 완치 판정. ‘생각보다 할 만하네’라고 안심할 무렵, 스무살에 두번째 암이 찾아왔다. 완치 후 재발은 병원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라고 했다.

 

박씨는 지난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의 영향과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원 생활이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20대에 누리는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특히 박씨는 같은 병실에 있던 또래 환자들이 하나둘 사망 판정을 받을 때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고 했다. 

 

이후 2년여의 항암치료를 마치고 3년 후 세번째 암이 찾아왔다. 이제는 치료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박씨는 “내가 왜 살아야 하나, 또 입원 생활을 해야 하나 너무 막막했다”며 “그땐 솔직히 ‘될 대로 되라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박은후씨는 긴 입원 기간 동안 의료진이 책과 편지를 선물해서 투병하는데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박은후씨 제공

 

박씨를 일으켜 세운 건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치료제’다. 당시 주치의인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최후의 수단으로, CAR-T 치료제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김혜리 교수는 “CAR-T는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서 암을 공격하는 특수한 약재”라며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CAR-T 치료제는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하고,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는 CAR을 달아주는 유전자 조작을 거쳐 만들어진다.

 

CAR-T세포(녹색)기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모습. 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제공

 

이 약물은 말기 혈액암 환자에서 1회 투약만으로 모든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기적의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격도 매우 높은 편인데, 1회 투약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5억원에 달한다. 환자 부담금은 2022년 4월 건강보험 적용된 이후 최대 598만원 수준이다.

 

CAR-T 치료는 항암치료에도 자꾸 재발하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다.

 

대신 아무나 받을 순 없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과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 한해 25세 이하여야 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마침 당시 박씨의 나이는 24세로 기준에 딱 들어맞았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 아산병원 제공

 

다만 전문가들은 CAR-T의 항암 효과가 뛰어난 만큼 심각한 부작용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주입된 CAR-T세포가 암세포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과다하게 활성화되면 사이토카인이 혈액에 넘쳐나게 되고 발열, 저혈압, 호흡곤란 등이 발생하게 되면서 드물게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박씨도 CAR-T 치료를 받은 지 3일째 되던 날, 혈압이 떨어지면서 중환자실에 가게 됐다. 그러나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결국 살아났다. 

 

지난해 8월 마침내 박씨는 이제 암세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진단을 받아냈다. 10년 넘게 희망을 놓지 않고 암과의 사투를 벌여온 결과다. 박씨는 “제과제빵사가 되는 게 꿈”이라며 “창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게 웃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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