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무슨 정신으로 기소권 없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지 모르겠다. 최장 20일인 검사의 구속기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법원이 관례를 깨고 구속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건 예상치 못한 변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인용의 또 다른 사유인 ‘법적 공백’ 문제는 예상 가능했다. 법조계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처음으로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기 하루 전 만난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피의자를 구속한 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토해냈다. 공수처법 제정을 논의하던 시기부터 이를 줄기차게 얘기해 왔지만, 정치권에선 듣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논의는 더 진전되지 않았고, 방치된 문제는 결국 현직 대통령 구속취소라는 최악의 결과에 일조했다. 법원은 7일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하며 “공수처와 검찰청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임에도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수처와 검찰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구속기간을 반씩 쪼개 쓰자고 협의했지만, 법원은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는 ‘법정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조차 미완인 상태로 공수처법을 ‘졸속 입법’하지 않았다면, 재작년 공수처의 구속기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바로 잡았다면 구속취소 사유가 하나는 줄었을 것이다. 국회도 이 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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