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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 빠진 한국경제… “감세·건전재정 기조서 벗어나야” [심층기획-尹정부 2년 반 초라한 경제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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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1 07:00:00 수정 : 2025-03-11 08: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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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실책 되풀이 안 돼” 경고

尹정부 출범 후 건전재정 전환 역점
종부세 등 공격적 감세는 또 다른 축
2년 반 동안 세수 약 70조 줄어들고
재정 위축에 R&D 예산 삭감 후폭풍
경직적 적용 탓 서민경제까지 직격탄

“자멸적 긴축·성장전략 부재 큰 문제
韓 조세 부담률 OECD 평균 밑돌아
저성장 극복 위해 정부 역할 확대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겨놓은 가운데 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평가 대상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어떤 경제 기조가 한국 경제에 적합한지를 두고 치열한 정책 대결이 예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 2년 반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성적표는 초라하다. 집권 기간 내내 공격적인 감세정책을 펼치면서 약 70조원(정부 세법개정 기준)의 세수 감소를 초래한 상황에서 건전재정까지 강조하면서 총지출 증가폭은 크게 위축됐다. 2023년 1.4%, 2024년 2.0%의 이례적인 저성장세가 지속됐음에도 정부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한 셈이다.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3.6%로 목표치(3% 이내)를 넘는 등 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았다. 심각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향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감세정책’과 ‘건전재정’을 결합했던 현 정부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실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내놓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재정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 임기 동안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늘었는데,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다른 한 축은 공격적인 감세정책이었다. 집권 첫해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며 국회 논의를 거쳐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1%포인트씩 인하, 종합부동산세 2주택 이하 기본세율 적용 등 주요 세목에서 감세 조치가 단행됐다. 이 세제개편으로 2023∼2027년에만 64조4081억원(누적법 기준·국회예산정책처)의 세수 감소가 전망됐다. 이후 2023년과 지난해 모두 감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세수 감소폭은 향후 5년 각각 4조8587억원, 309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문재인정부와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세수가 각각 1조4200억원, 18조3170억원 증가했던 것에서 반전된 것이고, 이명박정부 시기 감세 규모(45조8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감세 영향은 정부가 세법개정안에서 발표하는 기간(5년) 이후에도 지속되기 때문에 중장기 시계에서도 감세 규모는 상당할 전망이다.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이 종료되지 않고 이어질 경우 2027년까지 총 83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 것이라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측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금리를 낮추거나 재정을 확장하는 등 수요를 늘리는 (이전 정부)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구조개혁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큰 폭의 감세와 건전재정이 경직적으로 적용되면서 서민 경제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낮은 국가채무비율’과 ‘낮은 조세부담률’, ‘높은 복지수준’ 세 항목을 동시에 충족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른바 재정의 트릴레마(Fiscal Trilemma) 이론이다. 이 이론에 비춰보면 윤석열정부는 낮은 국가채무비율(건전재정)과 낮은 조세부담률(감세)을 고수하면서 복지수준을 높이는 데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윤석열정부 첫해 0.2% 감소하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23년에도 1.1% 감소하며 하락폭을 키웠다. 저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 생활수준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또 2023년 폐업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3.7%(11만9000명) 증가하면서 100만명에 육박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최대 규모였다.

정부 재정이 위축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발생했다. 2023년도와 2024년도의 총지출 증가폭은 각각 5.1%, 2.8%에 그쳤다. 대표적으로 각종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명목 아래 정부는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삭감하면서 인력부터 R&D 후퇴까지 각종 후폭풍을 일으켰다. 2023년도의 경우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하지 못한 56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35조2000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금) 18조6000억원이 교부되지 않고, 일반회계 내부거래 불용액이 14조8000억원까지 증가하면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등에 전출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감세 조치에 세수펑크가 겹치면서 정부가 공언했던 건전재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5년간 적자국채 증가액은 382조원으로 전망돼 이전 정부(316조원)보다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관리하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3년 GDP의 3.6%에 달해 재정준칙 기준(GDP의 3% 이내)을 넘겼다. 다만 고금리 상황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졌던 상황에서 자칫 큰 위기로 번질 수도 있었던 레고랜드 사태(2022년 9월) 등을 관리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1.5%(한국은행)에 그치는 저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건전재정과 대규모 감세를 ‘도그마’처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치권이 최근 구체적인 증세 방안 없이 표심을 얻기 위해 근로소득세 개편안 등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감세와 건전재정의 추구는 긴축재정으로 이어지고, 성장률 하락과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한국 경제가 자멸적 긴축재정과 성장전략의 부재로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재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향후 증가하는 재정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고, ‘누진적 보편과세’로 공정과세를 실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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