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간)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유럽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예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 8000억 유로(약 1258조원) 동원을 목표로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에 대해 “이 자금의 80%가 해외로 간다면 유럽에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군사장비의) 80%를 역외에서 사는 이유는 긴급성과 필요한 역량이 역내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유럽의 방위산업 기반을 작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8000억 유로 가운데 EU 예산이 직접 활용될 1500억 유로(약 236조원)의 무기 공동자금 대출금과 관련해 ‘유럽산 한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회원국이 이 대출금으로 미국산 F-35 전투기를 공동 구매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각국이 군사 대비 태세를 위해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개별국의 권한”이라면서도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은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유럽산의 범위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과 노르웨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는 등 EU 외 유럽 국가와도 협력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면서도 “EU 비회원국과 협력이 EU 내에 연구 개발과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재무장 계획은 EU 회원국들이 향후 4년간 부채 한도 걱정 없이 국방비를 총 6500억 유로(약 1022조원) 증액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 예외조항을 발동하고, EU 예산을 담보로 1500억 유로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을 지원하는 등 8000억 유로 동원을 목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에 발을 빼겠다고 압박하면서 긴급히 마련됐다. 지난 6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27개국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고 이르면 2주 내 구체적 입법안이 나올 예정이다.
집행위는 역내 방위산업 투자 촉진 대책도 내놓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달 중 방위산업 부문을 포함해 산업계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옴니버스 패키지’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행위는 지난달에도 기업의 친환경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첫 옴니버스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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