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6명 포함 밤새 최소 25명 숨져
美, 우크라 상업 위성사진 접근도 차단
러, 자국 쿠르스크 탈환 작전 강화 중
트럼프 “푸틴 입장이라면 당연한 수순”
러 감시 ‘그림자 선단’ TF 구성도 거부
우크라, 美와 내일 사우디 고위급 회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간 피해가 커지면서 미국이 이번 사태를 유발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에는 미온적인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강화된 공습에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7일 밤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두 발이 떨어지면서 11명이 숨지고 어린이 6명을 포함해 40여명이 부상했다. 8일에는 하르키우에 드론 공습이 가해져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사일, 드론 등을 이용한 러시아의 공습 강화는 우크라이나가 처한 곤경을 적극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이 파국으로 이어진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정보지원을 끊은 데 이어 민간 업체로부터 구입한 상업용 위성 사진을 동맹국 등이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증강 지리정보 전달’ 시스템 접근도 차단했다. 러시아의 공습이 인명, 인프라 등에 실질적 피해를 만들고 있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탐지 능력과 사전 경보 능력이 확연히 떨어진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자국 북서부 쿠르스크 탈환 작전도 강화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연합해 최근 며칠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상당히 진격하는 데 성공을 거뒀으며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빼앗겼던 영토를 3분의 2까지 탈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을 조장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은 침략,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누군가가 야만인을 달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일부 의식한 듯 일단 러시아에 대한 표면적 압박에 나섰다.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휴전 및 평화에 대한 최종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은행 제재와 (다른) 제재, 관세를 강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여전히 푸틴 대통령에 대한 호의 역시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에 대해 “나는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푸틴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위반 수단인 ‘그림자 선단’을 감시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거부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회원국은 다음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외교장관회의 후 발표할 공동성명 문안을 협상하고 있는데, 미국은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수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영 중인 그림자 선단을 감시하는 TF 구성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를 은근히 편드는 미국의 이런 태도에 우크라이나는 한층 더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일 열리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회담에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 등이 총출동한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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