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百 강남점 ‘신세계 마켓’ 새단장
제주 해녀의 해산물·즉석 도정 여주 쌀
흑백요리사 셰프 ‘반찬’ 등 차별화 나서
이커머스 대표 쿠팡은 ‘프리미엄 프레시’
자체기준 과일·정육 등 500여 상품 배송
유통대기업도 온라인 식품관 강화 주목
신선식품 시장을 두고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간 경쟁이 뜨겁다. 백화점은 이전에 없던 프리미엄 식품관을 선보였고, 이커머스도 고급 신선식품 브랜드를 내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27일 강남점에 문을 연 ‘신세계 마켓’에 목·금·토·일·월요일 5일간 약 11만명이 몰렸다. 오픈 효과로 새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 신장했다.

신세계 마켓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이은 강남점의 세 번째 리뉴얼 프로젝트다. 서울 백화점 가운데 가장 넓은 1980㎡ 규모로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슈퍼마켓을 재단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서초와 강남 상권 고객층을 고려해 프리미엄 상품으로 매장을 채웠다.
강남점 슈퍼마켓은 VIP(우수고객)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뉴얼 이전 통계에 따르면 연간 1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VIP 고객 매출 구성비는 60%에 달하고 방문 빈도는 일반 고객보다 4배 높았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급 식재료와 자체 브랜드·지정산지(셀렉트팜) 식품 등 VIP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 상품 카테고리를 넓혔다.
신세계 마켓은 크게 신선식품 매장, 프리미엄 가정식 전문관, 그로서리(식료품) 매장 등으로 나뉜다. 산지 제철 식재료와 캐비아, 트러플(트뤼프), 푸아그라 등 ‘세계 3대 진미’까지 갖췄다. 고급 식재료를 소분해 파는 등 쌀 도정과 육수팩 제조까지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온라인 쇼핑과 차별점을 뒀다.

◆최고급·신선·개인화 식재료
신선식품은 산지에서 최상급 품질의 상품을 가져와 진열했다. 농축산물 모두 고급 레스토랑에서 접할 식재료가 많았다. 지정산지에서 들여온 신선제품을 공수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셀렉트팜 과일은 11곳에서 21곳으로 2배 가까이 늘렸고, 경기 여주 농가와 기획한 ‘소식재배미’ 2종 등 지역 대표 쌀 6종도 선보였다.
수산 코너에서는 제주 해녀 해산물을 브랜드화한 ‘해녀의 신세계’를 정식 론칭했다. 보말과 톳 등 생소한 해녀 해산물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화당’(한식), ‘스시도쿠’(일식) 등 셰프 브랜드와 협업한 조리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축산코너에서는 정육 자체브랜드(PL) ‘신세계 암소한우’와 ‘신세계 프라임 포크’를 확대했다. 한우 등급을 1등급부터 1++등급까지 세분화하고 안창살, 도가니, 스지 등 특수부위도 대폭 늘렸다. 축산코너는 영국 해로즈백화점 축산코너에 마련된 지육실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한다.
기존의 반찬코너는 ‘가정식 전문관’으로 재단장했다. 면적을 70% 확장해 손님 접대용 일품요리, 선물용 반찬, 당뇨 환자식 등 케어 식단까지 추가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의 한식 반찬 브랜드 ‘새벽종’과 ‘대치동 요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우정욱 셰프의 간편식 브랜드 ‘수퍼판 델리’도 단독 론칭했다.
기존보다 면적을 2배 확대한 식료품 매장에는 최고급 식재료를 마련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트러플 브랜드 ‘타르투플랑게’의 생(生)트러플을 오프라인 채널 단독으로 판매하고, 프랑스 최초 캐비아 브랜드 ‘프루니에’의 캐비아도 선보였다.
치즈, 커피 원두, 꿀 등은 고객이 원하는 만큼 소분 판매한다. 보통 원두나 덩어리 치즈는 200g 이상 포장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세계 마켓에서는 고객이 맛보고 취향에 맞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업계 최초로 소분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호주 대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마켓 레인’이 시즌마다 새롭게 내놓는 원두 ‘마켓 레인 시즈널 블렌드’ 상품은 완판 이후에도 고객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개장 첫 주말에는 현지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면서 고객들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양곡코너에서 운영하는 쌀 방앗간에서도 여주쌀로 만든 가래떡, 인절미 등 당일 생산한 떡이 연일 조기 품절됐다. ‘쌀 방앗간’에선 원하는 쌀 품종을 선택하면, 1분도미(현미)부터 12분도미(백미)까지 주문에 따라 3·5·7·9분도로 즉석 도정해준다. 신세계 한식연구소 ‘발효:곳간’ 매장에선 국내 최초로 육수팩 제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어물과 건채소를 담아오면 이를 분쇄해 티백 형태로 만들어준다. 원물을 직접 확인하고 시음한 뒤 ‘나만의 육수’를 만들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쿠팡 고급 식품 서비스 출시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과 차별화한 식료품 매장을 선보이는 가운데 이커머스도 고급 신선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팡은 지난달 24일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프리미엄 프레시’를 출시하고 과일·수산·채소·정육·계란·유제품 등 12개군 500여개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과일은 당도·품질·크기, 수산물은 크기·원산지 등에서 쿠팡의 자체 프리미엄 기준을 충족한 제품이다. 설로인·본앤브레드 등 1++등급 정육 제품과 자유방목 1번란 브랜드, 제주 성이시돌목장 우유 등이 입점했다.
이커머스는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생필품 등 공산품 분야 소비액 중 온라인 구매 비율은 50%에 이르지만 신선식품은 20%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식품 거래액은 2022년 36조1408억, 2023년 40조6904억, 2024년 47조360억원(잠정치)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식품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지난해 프리미엄 식품관인 ‘미식관’을 선보였고, 롯데마트는 식품전문 애플리케이션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