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없거나 미미한 수준… 소비자 기만”
2024년 한솔케미칼도 광고법 위반 제소
中업체, 글로벌 TV 시장 거센 추격에도
프리미엄 비중은 한국산 80% ‘독보적’
“신뢰도 못 높이면 고부가시장 안착 요원”
중국 대표 TV 제작사 TCL, 하이센스의 ‘짝퉁 QLED TV’ 의혹이 일파만파 커져 시장을 당혹케 하고 있다. QLED 이름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했지만 실제 제품엔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한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데 이어 미국에선 집단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이 최근 기술력을 내세우며 글로벌 TV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중국 브랜드의 태생적 약점인 제품 신뢰도를 올리지 못하면 프리미엄 TV 시장 안착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TCL 북미 법인, 하이센스는 각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에서 소비자보호법 위반 등으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TCL 북미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스테판 헤릭은 “TCL이 자사의 QLED TV의 기술적 사양과 디스플레이 성능을 은폐했다. 실제로는 해당 제품들이 QLED 기술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QLED TV는 퀀텀닷 소자를 적용한 프리미엄 LCD TV를 뜻한다. 퀀텀닷은 머리카락 굵기 수만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다. 현존 물질 중 최고 수준으로 정확한 색 구현이 가능하고 밝기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QLED TV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75만대가 판매됐고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서는 등 TV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집단 소송의 요지는 TCL의 QLED TV엔 퀀텀닷 소자가 없거나 극소량만 함유돼 있어 사실상 QLED TV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QLED TV 글로벌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의 경우 퀀텀닷 함유량이 최소 30ppm 이상일 때 QLED TV로 인정하고 있다.
하이센스도 최근 뉴욕주 남부 지방법원에서 같은 이유로 집단 소송을 당했다. 소송 제기 소비자 대표를 맡은 로버트 마시오세는 “하이센스가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청구하기 위해 QLED 기술이 포함된 것처럼 광고했다”며 “이를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더 낮은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짝퉁 QLED TV 논란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퀀텀닷 소자를 만드는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TCL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QLED TV에 대한 시장조사를 위해 TCL의 모델 다수를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퀀텀닷 소재가 사용되지 않은 것을 발견해서다.
업계에선 중국 TV 업체들이 글로벌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한층 거세게 추격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이 같은 신뢰도 이슈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봤다.
옴디아에 따르면 최근 4년 새 TCL과 하이센스의 글로벌 전체 TV 시장 매출 점유율은 각각 7.4%에서 12.4%, 6.1%에서 10.5%로 대폭 상승했지만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지난해 4분기 출하량 기준 각각 1%, 0.5% 수준에 그쳤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프리미엄 TV 시장 내 한국 기업 비중은 2022년 70.2%에서 2023년 78.3%, 지난해 80.1%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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