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생산인구 전환 땐 경제 악영향
고용 유지 땐 성장률 하락폭 줄어
평균 은퇴 희망연령 73.3세로 높아
생활비·일하는 즐거움 이유 꼽아
서울시, 11일 고용 방안 모색 포럼
#1. 서울 은평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윤미희(64)씨는 노동을 통해 삶의 생기를 되찾고 있다. 그는 자녀가 장성 후 우울감에 시달리다 서울시 사회공헌일자리 사업, 패스트푸드점 직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윤씨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에너지 넘치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 오랜 경력단절로 무력감을 느끼던 조수연(48)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코딩 강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조씨는 경력 확장을 위해 관련 분야 대학원에도 진학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통해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수요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며 “경력단절 이전 일과 다르더라도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법정 은퇴연령인 60세에 도달하면서 이들을 포함한 중장년 세대(40∼64세)의 재고용 및 직업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생·고령화로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 세대의 재고용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대거 비생산인구로 전환되거나 생산성이 낮은 단순일자리에 머물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현실화하는 2024년부터 2034년까지 현 60대 고용률이 유지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954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해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이 대규모로 노동시장을 이탈할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과장은 “적절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없을 경우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의 걱정은 60대에만 있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 직장을 가지고 있는 40∼50대도 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중장년 구직자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에 그쳤다. 기초연금 수령 연령과는 약 15년 차이가 난다. 50세 이전 퇴직하는 비율도 45.9%에 달했다.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있으면 도둑)가 농담이 아닌 현실인 셈이다.

퇴직 압박에 내몰린 현실과는 반대로 중장년층의 계속근로 의지는 강하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고령층(55∼79세)의 69.4%가 미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했다. 평균 은퇴 희망 연령은 73.3세로 법정 은퇴연령보다 13세나 높았다. 특히 75∼79세는 평균 82.3세까지 일하기를 원해 노년층에서도 근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근로 희망 이유는 생활비(55.0%)였으나 ‘일하는 즐거움’, ‘무료해서’, ‘건강유지’ 등의 이유를 댄 비중도 40%가 넘었다. 중장년층이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계속근로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년층의 은퇴 압박과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중장년층의 고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고용률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폭을 0.14%포인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장년층의 계속근로 의지에 더해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향후 우리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계속 근로를 위해서는 교육이나 훈련이 꼭 필요하다”며 “정부의 퇴직·이직 지원이 대기업 직원에 집중돼 있어 중소기업 대상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장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제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통해 중장년세대의 생애설계나 일자리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0플러스재단은 이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하는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5’를 통해 중장년 고용 촉진 정책을 들여다보고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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