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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경호원 “평생 자책하며 살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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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5 13:58:13 수정 : 2025-02-25 13: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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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보름가량 앞둔 지난 1월4일 로버트 케네디(1925∼1968) 전 법무부 장관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추서했다. 자유 메달은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훈장에 해당한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1∼1963년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1917∼1963)의 동생이다. 형제는 둘 다 미국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고, 40대 젊은 나이에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든이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1973년부터 무려 36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고 이후 부통령, 대통령까지 역임하는 과정에서 케네디가(家)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바이든으로선 후임자인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기기 전에 케네디가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법하다.

1963년 11월22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저격을 당하기 직전의 모습. 대통령 부부를 태운 리무진 오픈카가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대통령 오른쪽의 모자 쓴 여성은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랫동안 케네디가 사람들은 미국 민주당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들은 대선 때마다 하나로 뭉쳐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2024년 대선을 계기로 이 같은 공식이 깨졌다.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이자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이하 케네디 주니어)가 돌연 ‘가문의 뜻’을 내던지고 공화당 후보 트럼프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 일로 케네디 주니어는 형제자매는 물론 일가 친척들로부터도 “가문의 수치이자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반면 트럼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현재 71세인 케네디 주니어는 변호사로서 어린이 건강을 위한 운동에 앞장선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정치·행정 경험이 없는데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에 전격 발탁됐다. 다만 하늘에 있는 그의 아버지나 삼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를 일이다.

 

트럼프는 그보다 반세기 먼저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23일 트럼프는 케네디 암살 사건에 관한 모든 정부 기밀 문서의 해제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암살에 관한 정보가 전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네디는 1963년 11월22일 텍사스주(州) 댈러스를 방문해 리무진 오픈카를 타고 시내 도로를 달리던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건 직후 리 하비 오스왈드(1939∼1963)가 범인으로 지목돼 체포됐다. 하지만 암살 동기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한창이던 1963년 11월24일 잭 루비(1911∼1967)라는 이름의 남성이 경찰에서 감옥으로 이송되는 오스왈드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그 루비마저 1967년 교도소에서 암으로 사망하며 케네디 암살 사건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1963년 11월2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을 당한 직후 대통령 부부가 탄 리무진 바로 뒤에서 따라가는 경호 차량에 탑승해 있던 비밀경호국 소속 요원 클린트 힐이 황급히 리무진 뒷좌석으로 몸을 날리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2013년 당시 81세이던 힐의 모습. AP연합뉴스

우리 대통령 경호처에 해당하는 미국 비밀경호국의 전직 요원 클린트 힐이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주(州) 자택에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57년 비밀경호국에 채용된 힐은 1963년 11월 당시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경호를 담당하고 있었다. 케네디가 암살되던 날 대통령 부부를 태운 리무진 바로 뒤에서 수행하는 경호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힐은 대통령이 저격을 당한 직후 몸을 던져 리무진 뒷좌석에 올라 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대통령과 옷에 남편의 피가 흥건히 묻은 영부인을 경호했다. 훗날 힐은 인론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반응했더라면”이란 말로 스스로를 책망했다. 경호원으로서 대통령 대신 총을 맞았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그러면서 “나는 무덤에 갈 때까지 그렇게 자책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년간 비밀경호국에 근무하며 케네디 등 5명의 대통령을 모신 그가 이제는 죄책감을 내려놓고 편히 영면하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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