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은 “韓, 저탄소 경제 전환기… 녹색금융 활성화해야”

입력 : 2025-02-19 20:16:48 수정 : 2025-02-19 23:05:17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성장·탄소감축 탈동조화’ 분석

美·日 등 서비스업 확대·금융산업 발전
성장하면서 탄소 감축 ‘디커플링’ 시작
韓, 제조업 비중 높은 산업 구조로 지연
서비스업도 자영업 중심에 효과 못 봐
“산업 전반 저탄소 촉진 지원해야” 제언
“배출권 정착 등 녹색금융 구체화 필요”

한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면서도 탄소배출은 감소하는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을 비롯해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은 이처럼 경제성장과 탄소배출 간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이는데,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탄발전 위주의 에너지망을 가지고 있어 탈동조화가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저탄소 경제성장을 위해선 산업 전반의 구조적 혁신과 함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녹색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한은이 공개한 ‘국가별 패널자료를 통한 경제성장·탄소배출 탈동조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소득 국가 59개국은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3000달러 안팎 수준에서 경제성장과 탄소배출이 더는 비례하지 않는 탈동조화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고소득 국가들은 대부분 탈동조화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고소득 국가인 한국은 이보다 상당히 늦은 1인당 GDP 3만달러 내외에서 탈동조화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6000달러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이처럼 탈동조화가 늦어진 이유를 한국 산업구조의 고질적인 한계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에서 찾았다. 경제성장과 함께 따라오는 서비스업 부문 확대, 기술 진보와 금융산업 발전은 선진국에서 대부분 탈동조화를 촉진했지만 한국에선 같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 서비스업은 영세 자영업 등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다른 선진국과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의 서비스업 부문 1인당 탄소배출은 2021년 1.87t으로 2000년(1.47t) 대비 27% 증가했다. 반면 주요 7개국(G7)의 경우 같은 기간 31% 감소(1.65t→1.14t)했다.

 

금융산업 발전의 탈동조화 강화 효과도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고탄소 제조업 중심인 데다, 신용공급도 제조업에 집중돼 있어 금융발전이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62.9%)이 G7 평균(44.7%)보다 높은데, 이 또한 기술진보를 통한 탈동조화 효과를 가로막았다고 연구진은 짚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저탄소 경제성장을 가속하기 위해선 산업 전반의 저탄소 전환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디지털 생태계 구축’ 사업 등이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꼽았다.

또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탈동조화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저탄소·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을 조속히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2050년까지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2018∼2022년 녹색채권 발행량은 G7 평균(1128억달러) 절반 수준인 574억달러에 그쳤다.

 

저자인 연정인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현재 한국의 녹색금융 체계는 고탄소 제조업의 산업구조 재편, 단계적인 저탄소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수요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며 “배출권 거래 제도를 활성화하고 탄소 가격을 정상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가 녹색 지원 정책을 철회하면서 탈탄소 흐름이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한국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 과장은 “단기적으로 탄소 규제가 주춤할 순 있겠으나 기후위기가 있는 이상 완전 전환보다는 지연 시나리오라고 봐야 한다”며 “우리처럼 탄소집약적 산업에 (경제가) 집중된 경우엔 지금이 기회다. 국제적으로 규제가 느슨해지고 미국 등 (녹색 성장 강국들에서) 투자가 주춤한 틈을 타 장기적으로 저탄소 전환이 가능하도록 여러 시도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포토] 아이브 가을 '상큼 발랄'
  • [포토] 아이브 가을 '상큼 발랄'
  • 원지안 '매력적인 손인사'
  • 신민아 '눈부신 미모'
  • 전도연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