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면과 이면에 감추어진 것
내외부가 맞물린 지점, 맞닥뜨리는 순간
김한나의 개인전 ‘Poking’(찌르기)
표면과 이면이 마주하는 접점의 관계,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의 시각적 형상화, 딱잘라 규정할 수 없는 심상과 그것을 둘러싼 추상적 관념들 ···. 작가 김한나가 주목하는 대상들이다.

초기에는 버려진 물건들, 재활용품, 케이블 타이, 음료수 패트병 등으로 작품을 설치해, 일상 속에서 작가가 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세상을 시각언어로 전했다.
변화를 꾀한 것은 2021년 이후부터다. 보다 평면적으로 압축한 부조형식의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각형의 나무 패널을 전동조각기로 드로잉 하듯 구획해 자르고, 그 패널들을 재조합한 후, 색을 칠하는 방식을 택했다. 톱에 의해 불완전하게 잘려나간 모양과 거칠고 날카로운 단면을 연마없이 그대로 노출시키고, 나무 패널의 앞뒤를 교차시키며, 찢고-긁고-덧붙이고, 때론 덩어리지게 색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표면과 이면의 관계’를 전복시켰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고정적이거나 획일화된 논리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를 제시한다. 안정의 범주에서 벗어나, 또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응시하고, 다층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것이다.
김한나의 개인전이 ‘Poking’(찌르기)라는 문패를 내걸고 12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 눈컨템포러리에서 관객을 맞는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설치 작업과 나무 패널을 자르고 재구성해 만든 부조형식의 회화 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Poking’에서 보듯 주제는 그대로 ‘찌르기’다.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물리적 행위 뿐만 아니라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감정적 터치 또한 반영했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관계에서의 기억 및 감정들을 끄집어내 마구 교차시킨다. 10대시절 신체에 생겼던 멍자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이 변했던 과정, 피부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 가는 동안 발견했던 피부 질감의 변화 등 물리적인 몸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감지한 외부 작용과 이에 상응하는 내부 반응의 기억을 기어이 소환해 낸다.
푸른색과 분홍색 물감을 얹은 작품 ‘우주멍’은 피부에 가해진 물리적 힘과 그로 인해 도드라진 자국들의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언덕아래’와 ‘언덕과 평야’는 마치 회화적 표면이라는 피부에 고개를 내민 작은 트러블 또는 상처 사이로 차오르는 볼록한 새살과도 같다.

김한나는 ‘Poking’, ‘Cutting Sail’, ‘반작용’에서 보다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고 조형적 입체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힘-작용’과 이에 상응하는 ‘내부의 반응-반작용’, 이 둘의 치열한 역학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