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동물의 탄생 - 인간은 어떻게 동물 악당을 만들어 내는가?/ 베서니 브룩셔/김명남 옮김/ 북트리거/ 2만4000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사랑받고, 어떤 동물은 미움받는다. 심지어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집에서는 다소곳한 고양이가 밖에서는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공포의 도살자’가 되기도 하며,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이제는 도시의 ‘날개 달린 쥐’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동물들은 변한 적이 없다. 변덕스러운 것은 동물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다. 거기에는 욕망과 필요, 이데올로기와 과학이 뒤섞여 있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려 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자리를 벗어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차 없이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1930년대 호주에서는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충을 먹는 사탕수수두꺼비를 들여왔다. 그러나 오히려 독이 든 두꺼비를 잡아먹은 토착 동물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과학자들이 ‘정치적 압박’에 굴복해 생태계에 섣불리 개입한 결과였다. 다행히 두꺼비는 생태계에 통합되었다. 과학자들은 정부와 보전 단체 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아직 두꺼비가 침입하지 않은 지역에 두꺼비 올챙이를 방류했다. 토착 동물들이 독성 약한 새끼 두꺼비를 잡아먹도록 해 미리 배탈을 앓게 만들면서 두꺼비를 잘못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는 교훈을 가르쳤다.
저자는 동물을 쉽게 아끼고 쉽게 미워하는 인간의 양가적 관점을 유쾌하고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동물들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현장 전문가, 학자들의 이야기를 고루 청취하며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순진한 온정주의에 호소하거나 냉혹한 적자생존 논리를 들먹이지 않는다. 생태계의 균형을 고려하지만, 개별 동물의 복리 또한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각지의 원주민들이 오래도록 쌓아 온 지혜와 현대 과학의 발견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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