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33억을 쏟아부었지만 ‘세터 리스크’에 발목 잡히며 후반기 1승9패로 처참히 무너진 IBK기업은행…‘화성의 봄’은 네 시즌째 ‘깜깜 무소식’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2-13 13:56:10 수정 : 2025-02-13 13:56:10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꽃피는 3월이 다가오지만, 화성에는 봄이 이번에도 오지 않을 모양이다. 2020~2021시즌 이후 네 시즌째 화성에서는 봄 배구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봄 배구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 이제는 분명해진 IBK기업은행 얘기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0-3(20-25, 17-25, 22-25)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승점 6’ 짜리 매치업에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면서 IBK기업은행에겐 봄 배구 가능성이 사실상 좌절됐다. 승점 37(12승16패)에 그대로 머문 IBK기업은행은 이날 승리로 2위로 도약한 정관장(승점 53, 19승8패), 3위 현대건설(승점 53, 17승10패)와의 승점 차가 16까지 벌어졌다. 준플레이오프 성사 조건이 3,4위 간 승점 차가 3 이내다. 남은 8경기에서 승점 13 이상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불가능에 가까워진 준플레이오프 성사다.

오히려 4위 수성도 위태롭다. 후반기 1승9패를 당하는 사이 5위 도로공사(승점 29, 10승17패)와의 승점 차가 8로 줄어들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4위는커녕 5위로 내려앉을 수도 있는 IBK기업은행이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만큼은 반드시 봄 배구 진출을 이뤄내기 위해 비 시즌에 통 큰 행보를 보였다. F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원을 안겼다. 그 과정에서 보상선수로 몇 년간 토종 주포 역할을 해준 표승주를 내줬다. 부상이 잦은 이소영을 데려오느라 표승주를 내주는 게 마이너스로 보일 법 했지만, 건강하기만 하다면 코트 위에서 더 보여줄 게 많은 이소영이기에 그의 영입을 통해 공수 안정을 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정민의 미들 블로커 파트너로 이주아도 3년 총액 12억원을 안기며 데려왔다.

그러나 영입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모양새다. 이소영은 개막 직전 당한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 내내 후위 세자리만 소화하는 교체 멤버로만 뛰었다. 후반기에도 선발과 교체자원을 오가며 몸값에 걸맞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12일 경기에서도 10점, 공격 성공률 30.43%에 그쳤다. 리시브 효율은 36.36%로 준수했지만, 공격 생산력이 기대 이하였다. 이주아는 건강하게 전 경기에 출전해주고 있지만, 블로킹 10위(세트당 0.558개)에 올랐을 뿐 그리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6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육서영이 급성장하며 토종 주포 역할을 맡아줬지만,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소영과 황민경이 제 몫을 못해주면서 결국 공격은 외국인 선수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빅토리아는 득점 2위(709점)에 올라있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1,2라운만 해도 40%를 넘겼던 공격 성공률이 3라운드부터 30%대로 내려앉았다. 해외리그가 처음이라 경험이 일천한 데다 주전 세터가 바뀌면서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GS칼텍스의 실바가 토스가 다소 어긋나게 오더라도 베테랑답게 스스로 각을 만들어 때리는 능력이 있는 반면 빅토리아는 세터의 토스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다.

IBK기업은행이 후반기 들어 1승9패로 극악의 부진을 보인 이유는 주전 세터 천신통(중국)의 공백이 결정적이다. 지난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1순위 지명권으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을 영입했던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슬롯을 세터로 채웠다. 천신통에게 코트 위 사령관을 맡겼다.

 

그러나 천신통은 4라운드 세 번째 경기까만 소화한 뒤 발목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결국 V리그 코트에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버렸다. 팀 운영의 성패가 달린 주전 세터를 외국인 선수에게 맡긴 리스크가 제대로 직격탄이 된 모양새다.

천신통의 공백을 11년차인 김하경에게 맡겼지만, 김하경은 토스워크나 경기운영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을 주전 세터로 뛰어봤던 선수임에도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을 백업 세터로 롤을 받은 후 그저그런 백업 세터로 전락해버린 김하경이다. 빅토리아에게 향하는 백토스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으면서 빅토리아도 큰 신장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하경이 비틀거리면서 3년차 김윤우, 신인 최연진까지 세터 자리에 나서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다.

결국 올 시즌을 마친 뒤 IBK기업은행의 과제는 토종 세터 구하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슬롯으로 세터를 구했다가 시즌 도중 중도하차하는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토종 세터를 구하고, 아시아쿼터 슬롯은 부족한 공격수 포지션을 채우는 게 나아보인다.

 

시즌 초반만 해도 6연승을 달리며 흥국생명, 현대건설과 ‘3강’을 이루는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던 IBK기업은행. 결말은 또 한번의 봄 배구 좌절이었다. 화성에는 봄이 오려면 또 한 해를 보내야할 듯 하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