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韓시장 ‘직진출’ 준비하나?…“이커머스 업계 경쟁 치열해질 듯”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가 한국 시장에 직진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미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까지 진출할 경우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홀딩스(PDD)의 자회사인 테무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 시장을 겨냥한 인재 채용을 본격화했다. 인사(HR), 총무, 홍보·마케팅, 물류 등 핵심 직군의 한국인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테무는 한국 내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협업하는 복수의 통관업체를 통해 한국 내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물류를 처리해왔으나, 앞으로는 본사 차원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해 한국 주요 물류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인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테무의 이러한 행보를 한국 시장의 본격적인 현지화 또는 직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테무의 접근 방식이 또 다른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공략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19년 한국어 판매사이트를 오픈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2023년 8월에는 한국 법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사무소 개설, 한국인 직원 채용 등 본격적인 현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발맞춰 테무도 2023년 7월 한국어 판매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같은해 2월 한국 법인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Whaleco Korea LLC)를 설립하며 직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웨일코는 테무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법인명과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커머스 기업이 단순한 판매 단계를 넘어 직진출을 고려할 경우 현지 인력 채용과 물류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테무가 알리익스프레스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무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1년 이상의 운영 경험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 대한 규제 이슈, 정부 정책,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특성 등을 파악한 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무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1월 기준 테무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23만명에 달해 쿠팡(3302만명), 알리익스프레스(912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는 2023년 8월(52만명)과 비교해 17.5배 증가한 수치로, 알리익스프레스가 약 5년에 걸쳐 확보한 이용자 수를 테무는 2년도 안 돼 따라잡은 셈이다.

테무가 단순한 해외 직구 플랫폼을 넘어 한국 전용 상품관 개설,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경우 고객 및 매출 기반이 더욱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테무의 한국 시장 진출이 미국 내 영업 환경 변화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환경이 불확실해지자, 연간 거래액 242조 원 규모의 세계 5위권 이커머스 시장인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테무의 한국 시장 현지화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도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테무는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몰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며 현지 유통업계를 뒤흔든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설립, 네이버의 별도 쇼핑앱 출시, 쿠팡의 대규모 물류 투자 등과 맞물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생존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