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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 아시안게임에 관심… 업적 없는 김정은의 ‘스포츠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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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0 21:58:26 수정 : 2025-02-12 1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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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3명뿐이지만 꾸준히 보도
스포츠로 체제 선전·주민 결속
“집단체육 강조… 권위주의 특징”
‘농구광’인 김정은 취향도 반영

북한은 10일 주민들에게 지난 7일에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소식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 2000년 이후 최소 규모인 3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관심은 큰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이날 “제9차 겨울철아시아경기대회가 7일 중국의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개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주석 시진핑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아시아올림픽이사회 부위원장과 함께 개막식에 참가했다”며 시 주석의 개막식 참석 소식도 알렸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페어 북한 렴대옥과 한금철이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대회에 피겨 페어의 렴대옥(25)-한금철(25) 조와 남자 싱글의 로영명(24) 총 3명의 선수만 참가시켰다. 2000년 이후 북한의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 중 가장 작은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전지훈련의 축소 등으로 선수들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만 출전시켰다는 해석이 나왔다. 렴대옥은 북한 피겨의 간판선수로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김주식(32)과 조를 이뤄 동메달을 땄다. 렴대옥-한금철 조와 로영명은 11일 피겨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한다. 

 

◆국제대회 우승 선전하는 ‘스포츠 통치’   

 

북한은 선수단 구성에선 힘을 뺐지만, 주민들에게 대회 소식은 꾸준히 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아시안게임 대표단의 출국 소식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북한 남자 피겨 로영명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국제 스포츠 대회를 체제 결속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김정은표 스포츠 통치’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유독 스포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한은 자국 선수가 우승하면 ‘체제의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지난해 북한이 우승한 국제축구연맹 20세 미만(U-20) 여자 월드컵과 17세 미만(U-17) 여자 월드컵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관영매체들은 최근까지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우승을 두고 “진정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 언제나 기쁨만을 드리려는 간절한 소원을 안고 사는 우리 인민의 충성의 마음이야말로 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떨칠 수 있게 하는 무한대한 원동력”(지난달 30일 노동신문)이라고 하는 등 선전·선동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3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청사 앞에서 2024 국제축구연맹 20살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여자 축구대표팀을 만난 김 위원장이 엄지를 치켜드는 사진과 함께 “선수들과 감독들은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더 많은 우승의 금메달, 더 눈부신 애국의 금컵으로 떠받들어 올릴 불같은 결의를 다짐했다”(지난해 10월1일 노동신문)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주체체육발전사에 특기할 2024년의 경이적인 성과’라는 제목으로 한 해 동안 각급 국제대회에서 여자축구, 역기, 탁구, 레슬링, 태권도 등 종목에서 360여개의 메달을 땄다는 연말 기획성 기사도 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국제축구연맹 2024년 17세 미만 여자월드컵경기대회에서 영예의 1위를 쟁취한 여자축구선수들과 감독들을 만나 이들을 고무·격려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내세울 성과 없는 김정은, 스포츠에 의존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획득할 경우 북한은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며 내부 결속의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적으로 좋지 않고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상황에서 체육 분야 성과를 체제 결속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으로 수차례 부르는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김 위원장의 개인적 특성도 ‘스포츠 통치’를 강화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북한은 집단 체육을 강조하며 스포츠를 정치 사회화나 의식화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권위주의 국가의 보편적인 특성”이라며 “과거에 북한에서 정치적 통합 기능을 했던 영화 등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기능이 약해지고, 김 위원장의 친인민 모토에 따라 인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체육 분야가 더 강조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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